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4월 28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경총 회관 앞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소화가 잘되고 부담스럽지 않은 이탈리아 요리”라고 답했다. 그 역시 예상외의 답변이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4월 28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경총 회관 앞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소화가 잘되고 부담스럽지 않은 이탈리아 요리”라고 답했다. 그 역시 예상외의 답변이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무거운 톤의 정장을 입고 나타날 것이란 예상은 깨졌다. 밝은색의 헌팅캡을 쓰고, 넥타이 대신 펜던트로 멋을 낸 영국풍의 모습에 작은 놀라움이 일었다. 곤란한 질문에 점잔 빼고, 정해진 답과 무난한 단어만 골라 쓰리란 짐작도 기우(杞憂)였다. 작정한 듯한 그의 장설(長說)은 중간에 끼어들기 어려울 정도로 논리가 단단했다. 전직 고위관료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자유인’의 기질, 거침없이 소신을 드러내며 ‘Mr. 바른 소리’로 불렸던 성정이 여실히 전해졌다. 지난 2월 말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수장에 선출된 박병원 회장이다. 지난 4월 28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대흥동 경총 집무실에서 이뤄진 박 회장과의 인터뷰는 그런 반전과 확인 속에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박 회장은 인터뷰에서 몇 차례나 “노사 간의 일은 될 수 있으면 밖에서 개입하지 말고 선수 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사람마다, 기업마다 입장이 다른데 그걸 하나로 묶으려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습성부터 버려야 한다”고 했다.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고 획일성에 익숙한 사회 풍토가 타협과 상생의 결과를 내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경총은 노사문제에서 기업 측을 대표하는 단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해 노사정위원회, 고용노동부, 한국노총의 대표와 더불어 벌인 노사정 대타협 협상이 지난 4월 9일 최종 결렬된 데 대한 박 회장 나름의 분석이자 과제이기도 했다.

―경총 회장을 처음에는 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계와 협상해야 하는 기업 대표라는 자리가 부담스러웠는가.

“처음에는 왜 남이 안 하려고 하는 자리를 나더러 맡으라고 하느냐, 남이 하기 싫은 것은 나도 하기 싫다, 그런 생각에서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주변에서 ‘그러면 서로 하려는 자리를 네게 줄 것 같으냐’고 들이대서 넘어갔다(웃음). 공직에 계시던 선배 몇 분이 ‘남들이 안 하려고 하는 것도 해야 하는 게 우리(고위공직자 출신)의 숙명 아니냐’고 준엄하게 꾸짖더라.”

―어느 선배가 가장 강하게 권했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네가 여태까지 좋은 것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느냐. 더군다나 남들이 안 하는 것이면 우리가 해야지 누가 하겠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

―막상 맡고 보니 어떤가. 이제 두 달 좀 넘었는데.

“우선 노사정 대타협을 성사시키지 못한 데 대한 좌절감이랄까, 능력 부족을 느꼈다. 정리하자면 기본적으로 정부는 옆에서 거들고, 노사 간에 타협이 돼야 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노사 간 타협은 노가 10을 얻고 사가 8을 가져가는 것만이 성공한다고 생각해 왔다. 노 측에 유리한 쪽으로 타결되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 측에 유리한 타결은 사실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 측이 노 측에 뭔가를 내줘야 받아내는데, 사 측이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이미 다 줘버렸다. 정년연장도 법으로 정해 주고, 근로시간 단축도 판결로 나올 전망이고,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버렸다. 노사정 협상 이전에 외부에서 다 진행돼 버렸다. 최저임금 인상 방안까지 정부가 먼저 다 줘버리니 사 측 대표로서 노 측 대표에게 양보할 게 하나도 없는 거다. 외부에서 생색을 다 내버렸다. 반대로 한국노총 위원장 입장에서 뭘 하나 양보하려고 해도, 자기 단체 조합원들에게 ‘봐라, 내가 이 8짜리 내주고 10짜리 얻어왔다’는 설명이 가능해야 설득이 되는데, 노 측 입장에서도 새로 얻을 게 하나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이뤄지기 어려웠다.”

―노사정 대타협이 원천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었다는 뜻인가.

“앞으로는 노사 간의 일은 될 수 있으면 외부에서 개입하지 말고, 선수를 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시대적 추세나 사회적 수준에서 정년연장도, 근로시간 단축도 당연히 해야 한다는 것을 사 측을 포함해 모두 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공감하는 일이면 노사 간 타협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자꾸 밖에서 개입하면 안 된다. 법원 판결의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는 법원이나 국회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선수를 치기 전에 노사가 스스로 빨리 했어야 한다. 누구의 책임 유무를 떠나 노사가 외부의 개입을 자초한 면도 있다고 본다.”

―사실 노사 간 조속히 현안에 대해 타협하라는 취지로 노사정위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렇지만, 예컨대 법원이 판결을 안 할 수는 없으나 판단을 좀 미루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줄 수는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년연장 같은 문제는 이미 개별 회사별로 보완제도인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도입하고 있다. 왜 그런 분위기를 확산시켜 좀 더 빨리 해결하지 못했느냐는 아쉬움이 있다. 사회문제는 작은 것들을 모아서 큰 덩어리로 키워 버리면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노사정에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하지 못한 이유는 개별 기업 단위에서 해결하지 못해 전체를 한 덩어리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작은 문제를 뭉쳐 큰 문제로 만들다 보니 해결이 어려워진 것이다.”

―개별 기업 단위에서 해결하기 힘드니까 상급 단위로 넘기는 것 아닌가.

“모든 기업은 각기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형편이 좀 좋은 기업은 노조에 좀 더 양보하기도 하고, 기업 형편이 어려우면 노조가 욕심을 덜 부릴 수도 있다. 개별적으로 타협하면 기업 실정에 가장 맞는 타협이 이뤄질 수 있는데, 이걸 다 뭉쳐서 전체가 타협하라고 하는 게 노사정위 대타협이다. 그럴 경우 노 측에서는 항상 가장 형편이 좋은 기업을 기준으로 요구하고 얻어내려 한다. 그러면 사 측에서는 가장 형편이 어려운 기업도 살아남을 수 있는 수준에서 해야 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개별 기업별로 논의하면 실정에 맞는 타결이 가능한데, 죄다 모아 놓으면 문제가 커져 해결이 어려워진다. 노사문제는 잘게 쪼개서 각자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는 게 정답이다.”

―경영자 쪽도 딱히 잘한 게 없다는 의미도 들어 있는 것 같다.

“사 측도 정신 차려야 한다. 노사문제를 우리 회사 노조와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남의 손에 맡겨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절대로 우리 회사 실정에 맞는 결론이 안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자꾸 문제를 미루지 말고 각자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노사정 대타협이 실패한 뒤 일부에서는 노사정위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노동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사정위가 무용한 게 아니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토양이 미흡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노 측이나 사 측이나 정부나 이번 노사정의 현안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사실 노동계가 지난해부터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쟁취한 것은 아니지만 정년연장,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굉장히 많은 것을 얻었다. 이것은 사 측에만 부담되는 게 아니라, 바로 동료 근로자들, 또한 더 어려운 청년실업자들에게 그 부담이 그대로 전가된다는 것도 우리가 모두 아는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노 측은 얻을 것은 얻었으니 그 충격(부담 증가)으로 다른 근로자나 우리 아들, 조카들이 취직하지 못하는 것은 최소화하도록 이번에 좀 양보를 하자고 했어야 한다. 법에도 임금체계 개편을 하라고 돼 있지 않느냐. 노 측이 그것을 하지 않고 공짜로 먹고 가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노 측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풍토였다면 노사정위가 그렇게 공전하다 결렬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노동계는 그런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

노사정 대타협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물 건너간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성장동력이 한계에 다다른 한국 경제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구조개혁이 급선무라고 모두 입을 모았지만, 그 첫 과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과제인가.

―최경환 부총리는 노사정 대타협 실패와 상관없이 청년고용 문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노동시장 개혁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지난번 노사정위의 타협안은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거부됐지만 우리 사회의 공감대를 담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공감대는 같은 노동시장 안에서 근로자 간에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취직이 안 된다는 게 가장 심각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걱정해야 할 최우선 대상은 노조를 조직해 놓은 불과 10.3%의 임금근로자들이 아니다. 그 아래를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라면, 그건 사실 정부가 노조와 합의할 일도 아니다. 현재 노 측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쥐고 있는 기득권을 하나도 내놓지 못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정부는 밑에 있는 90%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골라서 추진해야 한다. 이게 첫 번째 과제다. 정부는 취직하지 못한 청년층부터 근로조건이나 보수 수준이 열악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것은 노조와 합의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일이고, 그것이 국가의 책무다. 따라서 노사정 대타협이 안 됐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실천에 옮겨야 할 것들은 대단히 많다. 그리고 그 사항들은 사실 노사정위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됐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공감대라고 봐야 한다.”

박 회장은 “정부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노사정 대타협이 안 된다고 미뤄서는 안 된다”면서 “현 상황이 굉장히 위급하다고 본다. 청년실업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을 빨리빨리 하자는 거다. 가급적 개별 기업 사용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개별 기업의 노조 중에서도 합리적인 곳부터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예를 들어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나 임금체계 개편 같은 문제는 지금도 개별 기업별로 하면 된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 공기업부터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공기업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 뒤처져 있는 곳은 다급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그다음에 진취적인 기업가부터 나서서 노조와 타협해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몰아가야 한다. 국회에서 법으로 만들어 준다고 해서 그런 게 실천이 되겠나.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최선의 사례를 만들어 확산시키는 게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인 방법일 때가 많다.”

―그러려면 경영계도 인식이 바뀌어야 가능한 일인데.

“경총이나 경영계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아직 고등법원에 계류돼 있는데, 대법원까지 가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도 개별 기업별로 해결해 버리면 되는 일이다. 정년연장이나 근로시간 단축은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다. 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여서 그만큼 고용을 늘리자는 문제를 노사 간 자율로 타협하지 못하고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힘겨루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 서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지도 않은 채 그냥 이대로 살다 죽겠다는 식으로 그러고 있으니 일은 해결되지 않고, 법원에서는 노사가 아무도 원치 않는 판결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사가 좀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어차피 그게 나가야 할 방향이라면.”

―노 측은 임금 변화 없이 노동시간만 줄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말도 안 된다. 물론 임금 변화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산업계 전체로는 실직하거나 취직이 안 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다. 노 측도 이 점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은 노 측도, 사 측도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게 지금 경제 상황이다. 모두가 임금이나 근로조건보다 고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누군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자신이 아니라고 해서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밀어붙이는 것은 같은 국민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그런 사정을 생각해 주자는 게 노사정 대타협의 출발점이다. 현재 상위 10%만 조직돼 있는 노조는 근로자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박 회장은 “노 측에서 청년실업자와 취약근로자들의 이익도 생각해 줘야 비로소 노사정 대타협이 가능한 토양이 형성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속이 타는지 물을 한잔 들이켰다.

―노사문제를 자율로 풀기는 더 어려운 것 아닌가. 그래서 정부나 국회가 개입하는 것이고.

“노동문제를 모아 놓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개별적으로는 각자 사정이 다르고 원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규제다.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2년을 일하면 정규직으로 바꿔 줘야 한다는 것을 잘난 사람들(정부, 국회의원)이 앉아서 ‘이게 너희를 위하는 길이다’면서 만들어 줬는데, 당사자들에게 한번 물어봤어야 한다. 임금도 올려 주고 정년까지 보장받게 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경우 그게 될 때까지 ‘2년마다 옮겨 다니는 것은 좀 면해 주면 안 되겠느냐’고 생각하는 비정규직이 많다. 학습지 교사나 캐디 같은 특수형태 종사자들은 근로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해도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는 이득보다 자유가 더 소중하다’ ‘나는 독립사업자로 살고 싶다. 근로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사람마다 입장이 다른데 그걸 하나로 만들려는 게 법,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의 습성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지만, 그런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정부에 있을 때부터 ‘저놈 좀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좋기만 한 일은 없다. 불변의 이치는 세상만사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우리나라 노동법은 마치 얻기만 하고 잃는 게 없을 것처럼 법 만드는 사람이나 정책을 펴는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목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잘못 얘기하면 현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게 된다”고 웃으면서도 소신껏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었다.

“고용이라는 게 뭔가. 고용률 70%는 ‘지난 1주일간 소득을 위해서 1시간 이상 일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을 때 ‘네’라고 대답하는 사람까지도 포함된 수치다. 고용률 70%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달리는 것은 굉장한 부작용이 날 거라 생각한다. 잘못된 정책 목표는 아니지만 고용률 70%를 질 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성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의 질도 중시해야 한다.”

―고용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우리 사회가 모든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뤄야 할 것은 청년고용 문제 해결이다. 그래서 고용률이 크게 늘어나지 않더라도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2008∼2009년 이후 2010년대 들어와 새로 증가한 일자리들을 분석해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사회복지 분야 50대 여성의 파트타임 일자리가 채우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자영업 쪽 고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소매점, 분식집, 미장원, 세탁소, 택시, 택배 등의 자영업이 과거 800만 명까지 늘어났다가 7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게 다시 늘고 있다.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숫자가 늘어 현재 자영업자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3배 정도 과다하다. 도대체 우리처럼 길 건너마다 편의점이 있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우리 처남이 경기 분당에서 치킨집을 하나 냈는데, 그 앞에 서서 360도 돌면 치킨집이 7개가 보인다. 이는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모두를 슬프게 만드는 고용 증가다. 일자리 만들기의 최대 맹점은 비임금근로자 수를 반 이하로 줄여야 하는 과제가 얹혀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안 보고 있다.”

―그게 고용률 통계의 맹점이기도 한 것 같다.

“지금처럼 30만 명이 늘었다, 50만 명이 늘었다는 식의 고용통계만 보고 있으면 안 된다. 도대체 뭐가 늘었는지 모르겠는데, 정부 통계가 늘었다고 나오니 이해가 안 간다. 의미 있는 청년고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고용의 질을 생각하지 않는 실업률, 취업자 증가율은 다 헛것이다. 숫자만 보지 말고 그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 50대 아줌마가 요양병원에 파트타임으로 취직해 월급을 받아 취업하지 못한 아들에게 용돈을 주면 실업문제가 해결되겠나. 고용률은 올라가지만 그렇게 해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청년고용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당장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고해성사부터 필요하다. 청년들의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기준은 딱 하나다. 젊은이들이 취직할 수 있는 괜찮은, 좋은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괜찮은 일자리가 생겨야 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달 일자리가 33만 개 늘었다는데 정말 쓸 만한 일자리가 늘었다면 그건 일자리 홍수가 난 것이나 진배없다. 좋은 일자리라면 30만 개면 충분하다. 그러나 엉뚱한 일자리, 줄어야 할 분야(자영업)에서 생긴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그게 통계상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 수 있도록 까발려야 한다. 지금 야당이,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것이 모두 당신네 아들딸의 일자리를 못 만들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알려야 한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게 하면서, 우리 아들딸 일자리는 누군가 만들어 주겠지 하고 착각하고 있는 게 문제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앞다퉈 투자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종용해도 안 되는 거다.”

박 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긴 시간 매우 열정적으로 말씀해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하자, 더 할 말이 남았는지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쐐기’를 박는 한마디를 남겼다. “왜 모두가 이렇게 배가 부른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인터뷰 = 오승훈 경제산업부장 oshun@munhwa.com

정리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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