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제공
샤넬 제공
DDP서 크루즈 컬렉션 발표지난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프랑스 브랜드 샤넬의 2015·2016 크루즈 컬렉션 발표 현장. 오방색(五方色). 알록달록한 의상이 줄지어 등장하자 관람석은 놀라움으로 술렁였다. 서울에서 열린 샤넬의 패션쇼. 브랜드의 수장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첫 방한이라 패션계는 몇 달 전부터 들썩였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콧대’ 높기로 유명한 샤넬이다. 그런데, 패션 변방국에서 쇼를 연다고 하더니, 그 나라의 전통을 디자인 모티프로 삼았다. 기대 이상의 ‘애정’ 표시 아닌가.

그러나 놀라움은 금세 당황과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금발 모델의 머리보다 큰 가채, 조각보를 휘두른 듯한 원피스, 색동저고리를 차용한 시스루(see through·속이 훤히 비치는)블라우스, 한복 치마를 연상케 하는 이브닝드레스까지.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한 1차원적 풀이다. 우아함의 대명사였던 (샤넬스러운)동백꽃 장식엔 (한국스러운)자개를 입혔다. 촌스러운 도식적 적용이다. 쇼는 마치 한국에 대한 헌정처럼 포장됐지만, 한국 소비자를 향한 어설픈 구애에 불과했다. 이를 진두지휘한 라거펠트가 정말 한국에 관심이 있는지, 또 한복이라는 전통 복식에 이해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쇼를 준비하며 한복을 오래 연구한 전문가를 만나보거나 탁월한 개량한복을 직접 보긴 했을까. 컬렉션은 책이나 사진 자료에만 의지한 피상적인 이해의 결과물에 불과했다.

‘패션계 교황’으로 일컬어지는 라거펠트의 명성은 대단하다. 특히, 비즈니스 감각은 정평이 나 있다. 샤넬 이전에도 끌로에와 펜디 등 유수의 브랜드를 세계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그렇다고 ‘덮어 놓고’ 그를 칭송하는 일부 패션 관계자들의 태도 역시 문화사대주의처럼 느껴져 불편했다. 라거펠트가 패션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서 그동안 보여준 역량과, 4일 그가 DDP에서 보여준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정통성에 자부심을 느끼며, 문화유산으로서의 위대함을 인식하고 있다면 ‘라거펠트가 한복을 재해석했다’가 아니라 ‘과연 제대로 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각에선 한복에 일본의 기모노처럼 뚜렷한 문화적 이미지가 없어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며 자아비판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동안 한복을 세계화하지 못한 우리 책임이라는 것이다. 뜬금없다. 한복은 본고장인 한국에서조차 평소엔 입지 않는 전통 복식이다. 잘 지키고 계승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무조건 ‘세계화’라는 배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라거펠트 스스로 이번 컬렉션에 만족했는지 궁금하다. 만약 그랬다면 샤넬로서는 비극이다. 그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고,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이 프랑스 대표 브랜드의 수장이 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얕고, 혹은 너무 ‘바빠’ 공부할 시간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