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부터 가짜 백수오 파문이 나라 전체를 흔들더니 이제는 나라 밖의 대형 투자회사까지 흔들고 있다. 백수오 혼합 제품은 여성 갱년기 증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을 인정받아 2013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급격한 판매 증가를 보이며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의 비중을 늘리는 데 기여한 일등 공신이다.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기 위해서는 기능성과 안전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자료는 신청하는 회사가 제공해야 하므로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한 품목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특허와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들여 개발한 제품인 만큼 그 회사에 투자자가 몰리고 주가가 올라가며, 제품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지난 2주간 가짜 원료 파동을 거치면서 주가는 4분의 1로 토막 났고, 코스닥 시장 전반에 동반 하락 효과를 초래해 식품 안전의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 전반의 문제로 대두했다. 지금까지 식품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일반적으로 해당 회사나 동일 식품군의 매출 하락에 그쳐왔고 그것도 짧은 시일 내에 회복되곤 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파동은 좀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식품 안전보다는 식품 관리의 문제이며, 새로운 식품과 신기술·신재료를 개발하는 신진 바이오텍 컴퍼니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연결된다. 코스닥 시장이 동반 하락하게 된 것은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이 신진 바이오텍 회사들에 대한 믿음을 잃은 탓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번 파동에 연루된 회사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많은 벤처 기업들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셈이다.
이 회사는 소비자원의 발표 직후, 원료에 대한 의심을 전면 부정했다. 어쩌면 이 회사는 자신도 피해자라 생각할지 모른다. 겉으로 구별하기 힘들어 이엽우피소였는지 몰랐다고…. 하지만 이런 제품을 개발할 만한 R&D 능력을 갖춘 바이오 벤처 회사에서 유전자(DNA)를 이용해 두 식물을 감별하는 방법을 몰랐다고 주장하기는 좀 창피할 것이다. 이 회사의 죄는 관리 소홀이다. 제품 생산을 위해 구입하는 원료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제품인지도가 높아지고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이 부분을 소홀히한 것이다.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는 이 회사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자사의 제품에 대해서는 원료에서부터 포장, 유통 상황까지 상세하게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식품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부의 감시가 아니다. 제품 생산 단계에 있는 모든 사람의 책임이다.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생산 단계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항상 새로운 정보 입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제는 몰라서 용서되는 시대는 아니다. 모르는 것도 죄다. 모르면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백수오 모종을 심으며 혹시 그 속에 가짜가 섞여 있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농민의 우려를 들었다. 모든 농민이 이를 구별할 능력은 없다. 이 부분은 농촌진흥청의 몫이다. 농촌진흥청은 무엇을 심어야 소득이 높아지는지 알려 주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토종 식물의 관리를 철저히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개발에만 모든 힘을 쏟고 관리는 등한시하는 우리의 문화가 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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