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유산 전문가’ 강동진 교수 “메이지 유산 대부분 군수시설 등재 심사기구도 문제투성이”“태평양 전쟁의 도구가 ‘아시아 최초의 근대 산업유산’으로 둔갑하다니….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킨다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정신에 위배됩니다.”

산업유산 전문가 강동진(도시공학·사진) 경성대 교수가 일본이 규슈(九州)와 야마구치(山口) 지역 근대기 산업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등재 신청서뿐 아니라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평가도 문제투성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회 전문위원이면서 이코모스 코리아 위원이기도 한 강 교수는 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산업유산형 세계유산은 탄생기에서 현재 상태에 이르는 전 과정이 평가대상이 되어야 한다. 산업유산을 1850년대에서 1910년대까지로 한정한 것부터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일본이 메이지(明治) 산업유산이라고 묶은 23곳을 보면 그 대부분은 메이지 시대 이후 특히, 태평양 전쟁기에 극성을 구가한 군수산업 시설이다. 이를 쏙 빼버리고, 특정한 시기만을 떼어내서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일본이 등재를 신청한 23곳은 산업유산으로서 하나로 묶기엔 자체적인 연결성도 부족하다. 산업혁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무실이나 교육 시설, 마을 등이 7개소나 포함되어 있기 때문. 강 교수는 “교육시설인 쇼카손주쿠(松下村塾)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비롯한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이 교육받던 장소다. 23곳을 관통하는 건 ‘산업혁명’이 아니라 ‘메이지 정신’인 셈이다. 여기엔, 야마구치 태생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관도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강 교수는 일본이 등재 신청한 이들 산업유산이 유네스코가 말하는 세계유산의 절대 조건(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청·일, 러·일 전쟁을 언급하기는 하지만, 태평양 전쟁의 도구이자 조선인 강제 징용의 혹사 현장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이코모스는 이미 일본이 제출한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한번 권고가 되면 떨어지거나 보류되는 일이 거의 없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이들 유산의 가치를 근원적으로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특히, 같은 피해 국가인 중국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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