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지고 검사직을 사임한다.’
그랬다, 국민 여망을 검사직보다 먼저 그리고 더 받들었다. 멀리 1997년의 대검찰청,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중앙수사부에서 심재륜 부장과 휘하 검사들은 당대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를 치기 위해 사표로써 배수진을 먼저 쳤다.
외압이 흘러들면 자신들의 혈관에서 피 아니라 독기가 흐르기 시작한다던, 그런 검사들….
거산(巨山) 그늘의 소산(小山) 부패를 추적하기 시작해 한 달쯤 지나자 ‘돈 썩는 냄새’가 장난 아니었단다. 김현철 씨가 서로 호형호제하던 이성호 당시 대호건설 사장에게 현금 50억 원을 맡겼고, 이 사장이 자택 빌라 안방에 쌓아뒀는데 나중에 그 돈이 썩는 냄새 진동했다고 한다.
권력이 썩고 돈이 썩고 … .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던 그때도 지금 같은 5월이었다, 17일.
그 5월 그 검사들이 국민 여망을 받들던 그때 어느 누가 상상이라도 했으랴, 중수부가 한 세대 후 해체될 운명인 줄….
“우리 사회에 부패가 존재하는 한 중수부가 있어야 한다”던 김승규 전 법무장관이나 “중수부를 없애려면 내 목을 먼저 치라”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미련스러워 미덥잖은 여론을 혹 미리 짚을 수 있었을까.
썩은 권력이나 그 부근의 거악(巨惡)엔 중수부가 곧 천적(天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과는 전혀 무관하고 더러는 권력에 치이고 부대끼기 십상인 일반 국민으로서야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백번도 더 나으련만…, 권력 맛 들인 선동가들이 주먹과 함성으로 쳐놓은 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함께 한 방향으로 삿대질들 해댔으니….
2013년 4월 23일 현판을 내렸지만 그해 11월 29일 대통령령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이 그 이름 완전히 들어내기까지 7개월 남짓은 중수부를 차마 떠나보내지 못한 미련이었던가.
지난달 12일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을 역추적하기 위해 구성된 문무일 특별수사팀은 안으로 감당해야 할 소임에서 밖으로 지휘 계선을 넘어 수사 검사 포진(布陣)에 이르기까지 두루 중수부를 닮았다. 대한민국 미래의 청정 브랜드를 새로이 하라는 국민 여망이 다를 리 있으랴. 돈도 관직도 다 썩고 있으니 5월의 검사들이 세월의 강을 건너와야 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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