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계십니다.”
현관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지배인이 서동수를 안내하며 말했다. 지배인은 홀을 피해 바깥쪽 통로로 나가더니 곧 밀실 앞에 섰다. 손님들의 이목을 끌지 않으려는 배려다. 지배인이 노크를 하더니 반쯤 들어가 오셨다는 말을 하고 나왔다. 방으로 들어선 서동수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나오미를 보았다.
“아, 기다렸어?”
“아뇨, 방금 왔어요.”
나오미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지만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 신의주에 일본의 투자가 뚝 끊겼어. 게다가 극우파가 신의주에 투자한 기업들도 공격하고 있다던데.”
“네, 걱정입니다.”
그때 지배인이 종업원들과 음식을 가져와 식탁에 차려놓았다. 한정식 상이어서 20여 개의 찬과 국이 먹음직스럽게 놓였다. 다시 둘이 되었을 때 서동수가 젓가락을 들었다. 그동안 나오미는 만나지 못했다. 연락도 못했는데 상황이 급박하게 진척되었기 때문이다. 나오미를 내세울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생선전 하나를 삼킨 서동수가 나오미를 보았다.
“나오미 씨는 지금도 요시무라 씨하고 연락을 하는 사이지?”
숨을 들이켠 나오미가 시선을 받고 나서 머리를 끄덕였다. 요시무라는 자민당 군소 계파 수장으로 나오미가 보좌관을 지냈다. 나오미가 신의주 공관장으로 오게 된 것도 요시무라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공명당은 연정을 탈퇴한다고 했고 자민당 내부에서도 반(反) 아베 세력이 모였다가 대마도 폭파 사건 이후로 다시 뭉치게 되었어, 하지만 오래 못 갈 거야.”
“…….”
“요시무라 씨한테 가서 이 사태를 수습하려면 아베가 물러나고 새 지도자가 정권을 잡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해.”
“그것은 누구 말씀이죠?”
건조한 목소리로 나오미가 물었고 서동수가 바로 대답했다.
“신의주 장관이 그랬다고 전해.”
한 모금 국을 삼킨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내가 중재하겠다고, 아직 남북한 지도자는 모르는 일이야.”
나오미는 숨을 죽였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대로 나가면 전쟁이야. 아니면 전쟁 직전에 일본이 붕괴하든지 그 둘 중 하나밖에 없어.”
“…….”
“시간이 지날수록 남북한 결속은 더 굳어지고 전의(戰意)가 팽창될 거야. 일본은 이미 남북한에 경제 압력을 넣고 있지만 그럴수록 한민족의 한이 쌓일 거야.”
“…….”
“원산 앞바다의 선박들을 보았지?”
“…….”
“그 배들이 더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대마도만 갈까?”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머리를 저었다.
“김동일 위원장이 엄포만 놓은 것 같아? 미국도 알고 있을 거야, 배 한 척만 뒤집혀도 핵을 도쿄에 쏘아버릴 것이라고.”
나오미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했다.
“문제는 간단해. 아베 신조라는 괴물이 떠나면 돼. 선한 제 국민을 부추겨서 수억 명 주변국 국민의 가슴을 찢어놓는 그 괴물, 히틀러보다도 나쁜 인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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