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설득 못해 ‘우왕좌왕’
민집모 만나 ‘공정 공천’ 약속
“文, 지분 챙기기로 인식” 발끈

‘유능한 경제정당’비전 구호뿐
대권은커녕 총선 체제도 우려


문재인(사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취임 이후 최대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발생한 당 내홍을 수습하지 못하면서 단점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청래 최고위원 문제 해결 등에서 결단력, 포용력, 비전 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대권 후보가 되는 것은 차치하고, 문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 최고위원 출석 정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문 대표의 결단력 부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2일 심야 최고위원회의, 13일 사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정 최고위원에 대해 출석 정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당사자도 동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문 대표는 정 최고위원을 설득하지 못했고 13일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숙’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다. 정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최고위원회의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최고위원들이 강력 반발하자, 그때야 문 대표는 ‘출석 정지’ 결정을 최종 확정했다. 이와 관련 오영식 최고위원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13일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을 공정하게 하겠다”고 말해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전순옥 의원은 문 대표 발언에 대해 “당을 우려해서 그러는 것이지 공천 때문이 아니다”며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원은 “지분 챙기기로 사안을 인식한다는 것은 결국 문 대표 자신도 친노(친 노무현)와 비노(비 노무현)로 나눠 생각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냐”며 “리더로서 포용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비전에 대한 의문 역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재·보선이 끼어 있기는 했지만 취임 후 석 달이 지나도록 “이것이 문재인 정치다”라고 할 만 것을 내놓지 못했다. ‘유능한 경제정당’은 아직 구호에 그치고 있고 재·보선을 통해 확인된 민심의 요구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분출되고 있는 쇄신 요구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문 대표는 내홍 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정 최고위원을 사실상 직무정지 시켜 수습을 위한 첫 실마리는 풀었다. 문 대표가 당을 일신하고, 통합할 수 있는 수습책을 내놓고 이를 뚝심있게 추진해 간다면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조성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