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조가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국내 공장 신증설을 즉시 검토하고, 국내 생산량 및 전체 생산량에 대해 노사 간 합의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한다. 국내 생산물량에 대해선 지금도 노조가 합의해 줘야 하지만, 앞으론 국외(國外) 생산분까지 허락을 받으라는 뜻이다. 국외 생산이 늘어나면 국내 생산라인이 축소돼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듯하다. 지난해 현대차 생산량은 국내 190만 대, 국외 310만 대로 국내 생산비율은 38%에 그쳤다. 현대차는 중국에 연 60만 대 규모의 제4, 5 공장을 건설 중이고, 미국 제2 공장 신설 얘기도 돌고 있다. 노조는 2020년 국내 생산비율이 28%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공장이 국외로 향하는 추세는 투자 유발 및 고용 효과도 함께 떠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노조의 위세로 저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차에선 지금도 수요가 몰리는 차종의 생산라인에 인원을 더 투입하려면 노조 동의를 구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업황에 따라 공장 간에도 인력 이동이 가능하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외국 공장보다 크게 떨어지고, 대표적 강성 노조는 연례 파업을 벌인다. 이런 ‘노조 리스크’가 공장을 나라 밖으로 내쫓는 것이다.

생산물량 결정은 경영권에 속하는 것으로 노조가 간여할 대상이 아니다. 노조가 고민해야 할 것은 생산성과 경쟁력이다. 생산하기 힘든 여건에서는 국외로 향하는 추세를 바꿀 수 없고, 고용 보호도 어려워진다. 노조는 이런 자명한 이치를 돌아보면서 비정상적인 노사 관행부터 바로잡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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