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군부의 2인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전격 숙청됐다고 한다. 4월 말, 현영철이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불경죄로 체포된 지 3일 만에 공개 처형(處刑)됐다는 국가정보원의 보고인데, 현영철은 최근까지 러시아를 방문해 김정은의 방러 문제를 협의하는 등 최측근으로서 활발히 활동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현영철 처형은 김정은 정권의 출범 이후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과 장성택 행정부장 처형 등 총 70여 명의 고위 간부가 숙청 또는 처형됐다는 사실에 이어 북한 권력층 내부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낸 증거라 할 수 있다.
김정은 체제 아래서 핵심 간부들의 숙청 배경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김정은에 대한 불경스러운 태도 등 개인적인 이유로 숙청된 경우가 있다. 리영호 총참모장의 경우 김정일 사망 후 군 서열 1인자로서 후계자 김정은에 앞서 행동하는 등 오만한 태도가 지적됐고, 고모부인 장성택도 거들먹거리는 방자함이 죄목에 포함돼 있으며, 현영철도 김정은 옆에서 졸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불경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핵심 간부들 중에서 김정은의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정책적 요인으로 숙청된 경우다. 마식령 스키장 등 대규모 건설을 지휘했던 마원춘을 비롯해 당과 군 또는 내각의 책임자들 가운데 김정은의 무리한 지시에 대해 반발하거나 목표를 제때에 달성하지 못해 숙청된 경우가 다수로 파악된다.
셋째, 권력 내부에 형성된 구조적이고 파벌적인 요소에 따라 숙청되거나 처형된 경우도 있다. 장성택 처형과 관련한 판결문은 장 행정부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파벌적 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있으며, 인민무력부장인 현영철도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파벌적 요소가 반역죄 처단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일 사망 이후 시신을 운구했던 군부 실세들이 숙청되거나 교체된 사실과 장성택의 처형을 주도한 삼지연 신실세 중 일부가 현영철 숙청과 연관됐다는 점에서 파벌적 요소가 개인적 불충 및 정책적 실패와 더불어 권력 내부의 암투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3년 동안 핵심 간부들의 교체 및 숙청 규모가 김정일 시대를 훨씬 능가한다는 점에서 북한 권력 내부의 불안정성은 김정은의 개인적 성향과 리더십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3대 세습 체제의 후계자로서도 경험과 준비가 부족했다.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권력을 받았으나 정책의 내용이나 당·정·군 핵심 간부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핵심 간부들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처형하는 공포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북한 고위 간부들의 비정상적인 숙청과 처형은 김정은과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3년 간의 추세로 보면 김정은의 간부정책은 더욱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짙다. 하지만 임계점에 이를 경우 내부 폭발은 필연적이다. 조직의 파벌화는 간부들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가 될 것이고, 파벌화는 결국 수령독재 체제의 최대의 적으로, 건곤일척의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우리로서는 북한 권력 내부의 비정상성이 잉태한 심각한 내홍(內訌)이 외부로 분출되지 않도록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감시 체제를 더욱 철저하게 운용하고, 그에 따른 모든 사태 발생에 대비해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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