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괜찮으십니까 / 울리히 벡 지음, 전이주 옮김 /도도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1944∼2015·사진)이 2009∼2010년 유럽의 주요 신문에 발표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지난 1월 타계한 벡은 ‘위험사회론’의 창시자로 잘 알려졌다. 1986년 출간한 ‘위험사회’에서 그는 제도와 기술이 발달한 사회일수록 위험이 적고 안전하다는 통념을 깨고, 서구 중심의 산업화와 근대화가 오히려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출간 직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그의 주장은 힘을 얻었다. 그는 지난해 7월 방한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 “일반적인 재난 사고였다기보다 그동안 쌓인 한국 사회의 위험 요소가 한번에 터진 참사”라며 “한국은 빠른 근대화 과정으로 많은 위험 요소에 노출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책에 담긴 19개의 칼럼은 벡이 평생을 천착한 ‘근대화의 위험’에 대한 성찰이다. 그가 일관되게 위험성을 경고해 왔던 원전이 분량과 내용 면에서 눈에 띈다. 독일의 단계적 원전 폐지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를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원전을 포기하지 않는 세계 각국의 기조를 비판한다. 벡은 “원자력은 본성적으로 계층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이라고 말한다. 가령 원자력 에너지는 사용자가 요금을 내지 않으면 전기가 즉각 차단된다. 반면, 태양 에너지는 자기 집에 설치된 집열판으로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 태양·바람 등 재생에너지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문제도 해결하는 장점을 지닌다. 때로 전문가들이 원자력의 경제성을 이유로 들며 원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벡의 대답은 이렇다. “어리석은 자들이여! 길게 보면 원자력은 더 비싸질 것이고 재생에너지는 더 저렴해질 것이다.”

벡은 책에서 민족주의, 금융위기, 불평등, 불법 이민자, 종교 갈등 등 문제에 대해서도 논한다. 대부분 세계화와 근대화,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인해 생긴 부작용들이다. 그는 이 파국을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세계가 불신과 공포를 넘어 공존과 협력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촉구한다. 해답은 부의 성장을 접고, 리스크를 줄여 나가는 것이다.

책은 타계 이후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벡의 저서다. 오늘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불안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오늘도 괜찮으십니까”라고 묻는 세계적 석학의 문제의식을 살필 수 있다. 간혹 ‘세계내부정치’같은 어려운 개념이 친절한 설명 없이 나오기 때문에 ‘위험사회’ ‘경제위기의 정치학’ 등 그의 대표작을 먼저 읽길 권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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