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회장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옥 집무실에서 프레지던츠컵 유치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류진 회장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옥 집무실에서 프레지던츠컵 유치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류진(가운데) 회장이 지난해 4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도중 조지 W 부시(왼쪽) 전 대통령과 잭 니클라우스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풍산그룹 제공
류진(가운데) 회장이 지난해 4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도중 조지 W 부시(왼쪽) 전 대통령과 잭 니클라우스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풍산그룹 제공
류진 풍산그룹 회장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당연히 한국선수가 출전해야겠지요.”

2015 프레지던츠컵 조직위원장인 류진(57) 풍산그룹 회장은 요즘 회사와 조직위를 오가며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유럽 이외의 국가 출신으로 구성된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과의 국가대항전으로 치러지는 프레지던츠컵은 오는 10월 6일 연습라운드를 시작으로 11일까지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장에서 열린다. 매일 2만5000명의 갤러리가 모이는 이번 대회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된다.

그동안 언론과는 거리를 둬왔던 류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풍산그룹 사옥에서 문화일보와 첫 인터뷰를 했다. 류 회장은 “프레지던츠컵을 세계 2위의 골프대국 일본보다 앞서 한국에서 개최하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고 입을 열었다. 현재 한국선수는 인터내셔널팀에서의 랭킹이 낮아 자력 출전권 확보는 어렵지만, 류 회장은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선수가 한 명 이상은 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류 회장은 “프레지던츠컵은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한국골프가 세계골프의 주류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류 회장은 “이번 대회를 전후해 외국선수와 관광객 등이 한국에 와 쓰는 돈은 총 경비(1000만 달러)의 최소 10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회 기간 중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관계자를 비롯해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 라이더컵 관련 인사 등 전 세계 골프계 유력 인사 80% 이상이 한국을 찾고 6월 중순엔 미국 방송사에서 1주일 동안 한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류 회장은 또 대회를 주관하는 PGA투어 측이 한국골프 발전 기금으로 200만 달러를 내놓고, 대회에 출전한 세계 최고의 골퍼 24명과 양팀 단장이 한국의 자선단체에 100만 달러 이상을 성금으로 기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 회장은 프레지던츠컵 유치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미국의 ‘부시 가(家)’와 가족처럼 지낸다는 류 회장은 2005년 프레지던츠컵 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소개로 팀 핀첨 커미셔너를 처음 만났고, 6년 전 호주에서 열렸던 프레지던츠컵 때부터 국내로의 유치 작업을 본격 시작했다.

당시 PGA투어 측은 일본 개최를 염두에 두고 아시아대회를 추진해왔지만, 류 회장은 핀첨 커미셔너와 PGA투어 관계자들을 2년 동안 끈질기게 설득해 유치에 성공했다.

류 회장은 “유치 과정에서 한국의 골프인구가 많이 늘고, 발전 잠재력이 높고, 세계최강인 여자골프선수들을 배출했다는 점을 강조해 관심을 끌었다”며 “최경주와 양용은 등의 PGA투어 활약상도 유치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4년 전 프레지던츠컵을 유치한 뒤 매년 4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을 다녀왔다. 그곳이 골프계 리더들의 ‘만남의 장’이기 때문이다. ‘기업인’ 류 회장은 마스터스를 “모든 분야에서 얄미울 만큼 완벽해 고객을 100% 만족시키는 보고 배울 게 많은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류 회장은 “마스터스는 TV중계 방송 등 벤더, ‘패트론’이라는 갤러리들을 ‘경제논리’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한 번 맺은 인연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전통을 이어가는 게 마스터스의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인 중 대표적인 ‘골프마니아’로 알려진 류 회장은 대학 1학년 때 서울 용산에 있던 미8군 골프장에서 처음 골프채를 휘둘렀다.

류 회장의 공식 핸디캡은 9. 베스트 스코어는 10년 전 경기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에서의 이븐파 72타. 요즘도 80대 초반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 대개의 골퍼들처럼 그 역시, 세월이 흐를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

홀인원은 몇 해 전 타이거 우즈가 주최하는 월드 챌린지 골프대회로 유명한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의 셔우드골프장에서 난생처음 기록했다.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에피소드 중 하나는 기관총을 든 200여 명의 경호원 호위를 받으며 9홀 라운드를 한 것. 몇 해 전 파키스탄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실력자였던 카야니 육군 참모총장과 라운드를 하러 갔는데 골프장 입구는 물론 홀마다 기관총을 든 무장 경호원들이 에워싸고 밀착 경호를 펼쳤단다. 반군 테러를 우려해 카야니 총장은 늘 무장 경호원과 함께 움직인단다. 그 와중에도 류 회장은 9홀에 39타를 쳤다.

류 회장은 지난해 프레지던츠컵 명예회장을 수락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는데, 박 대통령의 해박한 골프 지식에 당시 함께 배석했던 핀첨 커미셔너 등 관계자들도 놀랐다고 전했다.

류 회장은 박 대통령이 지시한 ‘골프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일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말이 안 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하고, 공직자들도 떳떳이 골프를 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류 회장은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을 만큼 우리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높은 편”이라며 “이번 프레지던츠컵 역시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성공적인 대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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