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는 이미 미국 정부에 작금의 한·일 관계에 대한 중·미 정상회담을 신의주에서 열자고 제의한 바가 있습니다.”
바로 본론을 꺼낸 시진핑의 어법은 세계 각국의 시청자 머릿속을 즉각 파고들었을 것이다. 화면 밑에 영어 자막이 떠 있다. 시진핑의 말이 이어졌다.
“제의를 받은 미국 정부는 중·미 정상회담에 합의했으며 곧 일정이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전에 세계 각국의 지도자, 국민 여러분께 현재의 동북아 긴장 상태가 중·미 간의 세력 경쟁에 의한 반작용이라는 것을 먼저 겸허하게 반성합니다.”
자막이 펼쳐지기도 전에 서동수는 중국어를 알아듣고 감동한다. 시진핑이 똑바로 세계 시민을 보았다.
“그 세력 경쟁의 틈을 이용하여 일본 총리 아베는 731이라고 쓰인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식민지 지배를 했던 한국, 침략받았던 중국 대륙을 조롱하면서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그때 시진핑이 주먹을 쥐고 연단을 쳤다. 전에 소련 총리 흐루시초프는 유엔총회에서 구두를 벗어 연단을 치는 바람에 웃음거리가 됐지만 이번 시진핑의 주먹은 느낌표를 100개 붙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단 한 차례의 진정한 사과도 없이 말입니다. 지금도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 몇 분이 살아남아서 진정한 사과만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데도 아베는 모욕만 주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시진핑이 적당한 힘으로 연단을 내려쳤는데 이번은 느낌표 1000개다. 서동수는 어금니를 물었고 나오미는 숨도 쉬는 것 같지가 않다. 그때 시진핑이 말했다.
“나는 중재자로 중·미 정상회담을 제의했습니다만 일본의 계속적인 한국 모욕이 이번 결과를 초래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동북아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질서를 위해서는 일본 지도층의 각성이 있어야 한다고 중국 정부를 대표하여 말씀드립니다.”
서동수는 참고 있던 숨을 길게 내뿜었다. 이제 올 것이 왔다. 중국 정부는 일본을 내세운 미국의 아시아 세력 구축에 대한 거부 의사를 세계 만방에 발표한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등에 업힌 아베의 안하무인적 망발, 무시, 도발적인 행동이 불씨가 되었고 남북한 연합의 대마도 반환 요구로 일본의 뒤통수를 때린 것으로 불이 붙었다. 이제 시진핑이 불길에 바람을 불어준 셈이다. 그때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나오미를 보았다.
“어때? 오늘 밤 내 방에 올 거야?”
그 순간 숨을 들이켠 나오미가 눈동자의 초점을 잡았다. 그러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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