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엄연히 존재하지만 법 제도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상가 권리금’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상가 권리금의 법적 보호가 강화되면서 임차인들은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임대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소송 남발 및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상가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임차인에 대한 보호장치가 크게 강화됐다.
이번 개정안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권리금은 장사가 잘되는 상가를 거래할 때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의 영업권에 대해 치르는 일종의 보상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120만 명의 임차인이 평균 2748만 원의 권리금을 주고받으며 약 33조 원 수준의 권리금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 시행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점포 규모와 상관없이 건물주(임대인)가 바뀌어도 상가 세입자(임차인)는 최초 5년간 영업권을 보장받는다. 지금까지는 환산보증금(보증금에 100개월치 임대료를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서울은 4억 원, 수도권은 3억 원 이하만 영업권을 보장했지만 모든 상가로 확대된 것이다.
두 번째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인 상가 권리금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 점이다. 앞으로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임차인은 계약 종료 후 3년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으로 금지되는 임대인의 ‘방해 행위’는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신규 임차인에게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 계약을 거절하는 행위 등이다.
다만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거나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 또는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인이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등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 같은 임차인 보호장치 마련에도 일부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 일부는 이번 개정안을 적용하지 않도록 예외규정을 뒀는데 이로 인해 서민 임차인이 대다수인 전국 250여 곳의 전통시장 상가가 통째로 빠졌다. 조항에 ‘정당한 이유’ ‘고액의 차임’ 등 추상적인 내용이 많아 소송을 남발할 우려가 있으며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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