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신’ 연산군役으로 이미지 대변신 김강우“이 영화에 출연하며 처음으로 연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에서 연산군 역을 맡아 과감한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연기 틀을 깬 13년 차 배우 김강우(사진)의 말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그동안 보여온 지적이고 무거운 이미지에서 탈피해 권력에 대한 욕망에 휩싸인 캐릭터를 광기 어린 연기로 표현해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어머니 폐비 윤 씨의 죽음에 대한 분노로 갑자사화(甲子士禍)를 일으킨 연산군이 간신 임사홍(천호진), 임숭재(주지훈) 부자를 채홍사(採紅使)로 임명, 팔도 미인을 끌어모으는 이야기를 그렸다. 1만 명의 미인 중 비밀을 안고 있는 백정의 딸 단희(임지연)와 기생 설중매(이유영)가 최고 미인인 흥청(興淸)에 오르기 위해 마지막 대결을 벌이고, 이들을 앞세운 간신 부자와 반대 무리, 그리고 연산군의 권력 다툼은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살색’으로 물든 영화에서 김강우는 연산군이 지닌 콤플렉스와 그로 인한 결핍,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분출하는 욕정을 파격적으로 보여준다. 1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그는 “촬영 내내 잠을 못 잤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제가 보여온 연기 톤은 항상 일정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연기의 효과가 더 클 거라고 생각해요. 매일 ‘더 세게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촬영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도 뜨거워진 몸이 식질 않아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래도 ‘이런 연기를 언제 또 해보겠냐’하는 생각에 들떠 있었어요.”

그에게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첫 사극이고,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또 자신의 연기 폭을 넓히는 도전에 나선 것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런 만큼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컸고, 준비도 치밀하게 했다.

“단순한 폭군이 아닌 아픔을 지닌 연산군을 보여주기 위해 민규동 감독님과 함께 연산군에 대한 책을 읽고, 자료도 공유하며 많은 준비를 했어요. 걱정도 많았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어떤 장면이 힘들었냐’는 질문에 김강우는 바로 “돼지 장면”을 꼽았다. 핏물을 뒤집어쓴 연산군이 수십 마리의 돼지들과 뒤엉키는 장면으로, 시나리오상에는 더 세게 그려졌으나 수위 조절을 위해 조금 약화됐다.

“관객들은 그 장면이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진 줄 알 거예요. 하지만 돈이 없어서 제가 직접 돼지들을 품었어요(웃음). 만든 피라 단맛이 나는데 돼지들이 그걸 핥고, 깨물고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촬영을 끝낸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귀에서 빨간색 물이 나와요.”

그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인 만큼 흥행에 대한 욕심도 크다고 했다.

“잘 안 되면 많이 실망할 것 같아요.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며 흥행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어요.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흔들리진 않을 거예요. 이제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꼈으니 앞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야죠.”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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