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판공비(辦公費)가 새삼 화제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으로부터 1억 원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2008년 국회운영위원장을 할 때 국회대책비로 매월 받은 4000만∼5000만 원 중 일부를 집에 생활비로 줬다”는 해명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들의 판공비 규모는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판공비란 공무(公務)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업무추진비를 말한다. 공직자들 사이에서 ‘묻지마 수당’으로 인식됐던 게 사실이다.
조선 시대에 ‘은결(隱結)’이란 토지가 있었다. 조정에 바치는 정식 조세대장에 올리지 않고 판공비 명목으로 세금을 거두기 위한 농토다. 지역에 따라서 본결(本結) 필지보다 많은 곳이 적지 않았다. 불법적인 판공비 조달 방법도 다양했다. 양반 자제로부터 군 복무 대신 군포(軍布)를 받는 제도를 악용해 신생아와 죽은 이에게도 군포를 받아 썼다. 또 과천 현감은 한양에 가는 사람에게 상경세를, 한강을 건너는 사람에게 뱃삯 외에 도진세란 세금을 징수했는데, 임산부에게는 1.5배를 받아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민자당과 신한국당 대표를 지낸 이춘구 전 의원은 1994년 국회부의장을 그만둘 때 쓰고 남은 판공비를 모두 반납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많은 공직자가 공무 처리와 무관하게 사용하는가 하면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후원금으로 남발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지난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6년 동안 지급된 특정업무경비 2억5000여만 원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결국 낙마했다. 또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재직 시 판공비 622만 원을 주말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토해냈다. 업무추진비 공개 의무화에 관한 법적 규정은 없다. 그러나 2003년 6월 국무총리실은 ‘행정정보공개 확대를 위한 국무총리 훈령’을 공포하고 업무추진비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 공개를 꺼리고 있다.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혈세(血稅)를 사적으로 탕진한 공복(公僕)은 ‘공공의 적’이다. 이것은 강도행위나 다름없다. 판공비를 눈먼 돈으로 사용(私用)하는 공직자는 발본색원해 사법처리해야 한다. 또 판공비의 투명화를 위해 사용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 제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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