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어두운 실루엣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정치권의 비리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어두운 실루엣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정치권의 비리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19대 1만4424건 법안 발의… 18대 발의건수 이미 넘어서“토론회 등 일 벌일 때마다 요금소 돈내듯 보험금 내야”
“의원·기업‘묵언의 카르텔’ 수사 진행돼도 처벌 어려워”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통해 거듭 확인되듯 정치권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정치권 비리구조는 외형적으로 합법성을 갖추는 등 한층 교묘화,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과거 수동적 로비 대상이던 국회의원들이 현재는 법안 발의 등 각종 권한을 이용해 기업이나 이익단체, 산하기관들이 후원금 등 합법적 행태로 ‘검은 돈’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하는 등 사실상 ‘갈취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가 1년 가량 남아 있지만 법안 발의 건수(1만4424건)가 18대 국회(1만3913건)를 이미 넘어서는 등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A 기업은 최근 평소 우호적이었던 B 의원 때문에 애를 태웠다. B 의원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갑자기 A 기업에 불리하게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A 기업은 B 의원 지역구에서 실시하던 사회봉사사업의 규모를 평소의 1.5배로 늘렸고 B 의원의 발언 수위는 이후 점차 낮아졌다.

C 기업 국회 담당자는 “이전에는 국회 의원실에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넌지시 얘기를 했지만 이제는 약점을 잡아 토론회를 열거나 법안을 발의해 알아서 ‘상납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의원들이 우리와 관계된 일을 벌일 때마다 ‘요금소’에 돈을 내듯 보험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취 구조는 비리혐의로 재판 중인 의원의 판결문에서도 드러났다.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조 의원은 건설업체인 E 업체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변호사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고, 이 업체는 두 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전달했다. 조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정감사 등에서 E 업체에 관한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소극적으로 상납을 받는 것에 머물지 않고 사실상 기업들을 갈취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금품을 건네는 방식이 쪼개기 후원금 등을 이용하는 등 합법적 외양을 갖추는 경우가 많은데다 의원실과 기업 양자 모두 처벌을 피하기 위해 ‘묵언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 수사가 진행돼도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사법처리를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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