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 현금으로 건네지면
장소·시간 밝혀내더라도
대가성 입증해야 사법처리
檢 수사 유야무야 될때 많아


피감기관 등을 상대로 한 정치권의 고착화된 ‘갈취구조’는 불법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외형적으로는 합법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다.

국회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몰아주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 방식이 대표적인 행태로 적발되더라도 “청탁의 대가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의원들이 발뺌하면 사법 처리를 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신용협동중앙회장 간부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신협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2010년 이들로부터 후원계좌를 통해 1만∼1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 20명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이들이 받은 후원금이 소액으로 나눠져 있는 데다 후원금을 받을 당시 그 돈이 청탁의 대가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는 이유 등이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정치자금법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한 청탁 관련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청탁이 있었다 해도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이 이뤄졌다면 양상은 다르다. 검찰 조사에서 의원들이 “후원금의 성격을 몰랐다” “쪼개기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개인 후원으로 알았다”고 주장한다면 별도의 입증 자료가 없는 한 처벌 조항이 마땅치 않다.

2010년 청원경찰들이 퇴직연령과 월급을 높이는 법 개정을 위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현 안전행정위원회) 의원들을 상대로 쪼개기 후원금을 한 ‘전국청원경찰친목협회(청목회) 사건’에서도 국회의원 30여 명이 연루돼 수사를 받았지만 6명만 기소되는 데 그쳤다. 당시 강기정 민주당 의원만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고, 나머지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 밖에도 국회의원들은 법 제·개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로비의 대상이 돼 왔다.

이 과정에서 ‘검은돈’이 건네지더라도 보통 현금은 비밀 장소에서, 둘만 있는 가운데 주고받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모두 부인한다면 입증이 쉽지 않다.

가까스로 수사기관이 CCTV나 카드 결제 내역, 휴대전화 기지국 조회 등을 통해 금품이 건네진 장소와 시간 등을 특정하더라도 대가성까지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친분에 의한 금품수수는 무죄를 선고하는 등 법원에서 대가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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