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어두운 실루엣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정치권의 비리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어두운 실루엣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정치권의 비리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1) 교묘해진 비리 구조여의도 정치권의 비리구조가 정치자금법 및 사회 투명성 강화라는 시대 흐름을 회피하기 위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의원들이 갖고 있는 각종 권한을 활용해 기업이나 이해 관계자들의 등을 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토론회, 공청회, 법안 발의 및 심의 등 의정활동을 빙자해 단계마다 기업 등 이해 관계자들이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상납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요구하는 형태도 금품 제공 및 쪼개기 후원금은 물론 특산품 구매, 지역 행사에 연예인 출연 요청 등 다양하다. 심지어 기업을 압박해 사회공헌활동을 지역구 관리에 이용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명절 선물세트 보내달라”
20만원짜리 500개 특정
억대 지역특산물 강매도

특정 기업이 지역구 관리
복지·시민단체·경로당에
현금·현물 후원으로 ‘상생’

의원 보좌관도 숨은 甲
‘月 룸살롱 접대’ 계약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한 중견기업 대표이사는 야당의 A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의 토론자로 초대를 받았다. 회사 사장을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파악한 이 회사는 이 의원실에 사정한 끝에 간신히 불참을 ‘허락’받았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회사는 A 의원실로부터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두툼한 봉투를 갖고 출판기념회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한 대기업 계열사는 초선인 B 의원에게 지난해 사실상 갈취를 당했다. B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 이 기업 대관 라인이 적극 방어에 나서자 슬며시 증인에서 빼주는 ‘선심’을 썼다. 감사함을 표한 기업 관계자는 B 의원의 보좌관으로부터 “진짜 고마운가? 그렇다면 우리 의원님 지역구에서 체육대회가 곧 열리니 보답을 하시라”는 말을 들었다. 이 기업은 결국 사장을 국감 증인에서 빼내는 대가로 수천만 원의 지역 체육대회 협찬비를 내야 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보잘것없는 지역 내 체육대회, 장애인 단체활동, 경로 행사 등에 대기업 제품이 경품으로 나오거나 대기업이 후원사로 소개되면, 그건 십중팔구 ‘갈취’의 결과”라고 말했다.

명절 때만 되면 기업들은 의원실의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공포에 시달린다.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C 기업은 주무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의원실로부터 “좋은 곳에 쓰겠다”며 명절 선물용 세트 500개를 요구받은 바 있다. 세트당 20만 원으로 총 1억 원가량이다. D 기업 대관 관계자는 “농어촌을 지역구로 가진 의원들은 보통 명절을 전후로 억대의 지역 특산물을 강매하곤 한다”고 전했다.

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관계자는 “명절 때 지역 행사에 연예인들을 보내 달라는 의원들도 있다”면서 “워낙 약점이 많은 사업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도 의원들에게 최대한 성의를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토로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종종 대표이사 또는 오너의 증인 출석을 요구받는 E 기업 대관 관계자도 “유관 상임위 의원들을 위해 매년 설이나 추석 시즌엔 할당해 놓는 예산이 따로 있다”면서 “의원들의 요청이 전달되면 의원들의 지역구 내 복지단체나 시민단체, 경로당 등에 현금 또는 현물 후원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F 의원실 관계자는 “아예 특정 기업이 통째로 지역을 관리해 주고, 의원실은 철저히 이 기업을 보호해 주면서 상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한 대기업의 국회 담당자는 “국회의원 지역 행사 후원은 기업 입장에서도 사회공헌활동 성과로 이어질 수 있어 그나마 부담은 덜한 편”이라면서 “국회의원을 등에 업은 보좌진의 상식 이하의 ‘갑질’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실 보좌관과 매월 1회씩 ‘룸살롱 접대’를 한다는 구두 계약을 맺고, 이에 응해 왔다”고 토로했다.

김만용·민병기·윤정아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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