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세트 보내달라”
20만원짜리 500개 특정
억대 지역특산물 강매도
특정 기업이 지역구 관리
복지·시민단체·경로당에
현금·현물 후원으로 ‘상생’
의원 보좌관도 숨은 甲
‘月 룸살롱 접대’ 계약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한 중견기업 대표이사는 야당의 A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의 토론자로 초대를 받았다. 회사 사장을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파악한 이 회사는 이 의원실에 사정한 끝에 간신히 불참을 ‘허락’받았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회사는 A 의원실로부터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두툼한 봉투를 갖고 출판기념회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한 대기업 계열사는 초선인 B 의원에게 지난해 사실상 갈취를 당했다. B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 이 기업 대관 라인이 적극 방어에 나서자 슬며시 증인에서 빼주는 ‘선심’을 썼다. 감사함을 표한 기업 관계자는 B 의원의 보좌관으로부터 “진짜 고마운가? 그렇다면 우리 의원님 지역구에서 체육대회가 곧 열리니 보답을 하시라”는 말을 들었다. 이 기업은 결국 사장을 국감 증인에서 빼내는 대가로 수천만 원의 지역 체육대회 협찬비를 내야 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보잘것없는 지역 내 체육대회, 장애인 단체활동, 경로 행사 등에 대기업 제품이 경품으로 나오거나 대기업이 후원사로 소개되면, 그건 십중팔구 ‘갈취’의 결과”라고 말했다.
명절 때만 되면 기업들은 의원실의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공포에 시달린다.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C 기업은 주무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의원실로부터 “좋은 곳에 쓰겠다”며 명절 선물용 세트 500개를 요구받은 바 있다. 세트당 20만 원으로 총 1억 원가량이다. D 기업 대관 관계자는 “농어촌을 지역구로 가진 의원들은 보통 명절을 전후로 억대의 지역 특산물을 강매하곤 한다”고 전했다.
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관계자는 “명절 때 지역 행사에 연예인들을 보내 달라는 의원들도 있다”면서 “워낙 약점이 많은 사업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도 의원들에게 최대한 성의를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토로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종종 대표이사 또는 오너의 증인 출석을 요구받는 E 기업 대관 관계자도 “유관 상임위 의원들을 위해 매년 설이나 추석 시즌엔 할당해 놓는 예산이 따로 있다”면서 “의원들의 요청이 전달되면 의원들의 지역구 내 복지단체나 시민단체, 경로당 등에 현금 또는 현물 후원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F 의원실 관계자는 “아예 특정 기업이 통째로 지역을 관리해 주고, 의원실은 철저히 이 기업을 보호해 주면서 상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한 대기업의 국회 담당자는 “국회의원 지역 행사 후원은 기업 입장에서도 사회공헌활동 성과로 이어질 수 있어 그나마 부담은 덜한 편”이라면서 “국회의원을 등에 업은 보좌진의 상식 이하의 ‘갑질’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실 보좌관과 매월 1회씩 ‘룸살롱 접대’를 한다는 구두 계약을 맺고, 이에 응해 왔다”고 토로했다.
김만용·민병기·윤정아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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