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보고서 지적규정중심의 포지티브 규제
새로운 금융방식 육성못해

‘핀테크 육성’ 개념 재정립
총체적 규제개혁 동반해야


한국은 이미 17년 전에 대표적인 핀테크(금융 IT) 성공 사례인 미국 ‘페이팔’(이베이의 간편 결제 서비스) 등과 같은 시도가 있었으나 규정 중심의 열거주의(포지티브)식 금융규제 체계로 인해 사장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핀테크 육성 정책을 쏟아 낸다고 해도 총체적인 금융규제 개혁을 동반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지급·결제 간소화 중심의 핀테크 육성 논의만 지속하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제2의 벤처 거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8일 금융연구원의 최근 ‘핀테크와 금융규제 혁신의 바람직한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페이팔 설립 시기에 이미 국내에도 유사한 전자결제 업체가 있었으나 규정 중심의 금융규제 체계로 인해 성장하지 못한 채 사장됐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국내 전자금융의 결제 비중은 86%에 달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그런데도 규정 중심의 금융규제 체계로 핀테크를 활성화하지 못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칙허용으로 규제 체제를 전환하되, 사후제재도 강화하는 ‘규제 빅딜’을 하지 않으면 핀테크 육성 정책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인터넷을 통해 개인 투자가를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기법 역시 2013년 6월 법 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여전히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반면 영국은 법 제정 전에도 유권 해석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허용하고 있다.

국내 현실과는 동떨어진 ‘핀테크 육성 정책’의 개념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급 결제 중심의 핀테크 육성 정책이 오히려 사회적 자원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급 결제 방식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국내에서는 소비자 간의 직접 금융이 가능토록 하는 새로운 개념에 무게를 두고 핀테크 육성 정책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개념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사이에 해외 핀테크 투자 규모는 1년 새 3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투자 규모는 2013년 41억 달러에서 지난해 122억 달러로 늘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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