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숫자로 본 연기금(Pension Funds in Figures)’ 보고서는 한국 연기금 운용 실태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기금 자산 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운용방식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OECD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연기금의 51%를 현금과 예금에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외에도 전체 연금 자산의 7%를 부동산과 빌딩에 투자하고 있는 호주, 연금 자산의 20%를 대출로 운용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들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설명까지 제시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매우 동떨어진 사례에 속한다는 행간이 읽힌다. OECD는 한국의 연금 자산이 이렇게 ‘엽기적인’ 방식으로 운용되는 가장 큰 이유로 규제를 들었다. OECD는 구체적으로 “한국 직역 연금(특정 직업 연금)의 경우 확정급여형(DB형)은 상장 주식을 자산의 30% 이상 포함시킬 수 없고, 확정기여형(DC형)은 주식을 투자 대상에 아예 포함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민연금 적립금이 오는 2060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는 돈과 받는 돈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 엄청난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연금운용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OECD의 진단인 셈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 대표, 지역가입자 대표, 유관 정부기관 등으로 꾸려져 있어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자산 운용도 주먹구구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KDI가 최근 1년간 연기금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연금(5.2%)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16.5%),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공무원퇴직연금(CalPERS·18.4%), 일본 후생연금(GPIF·8.6%), 스웨덴의 국영소득연금(AP1·14.8%) 등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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