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주인공 강기훈(51) 씨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검찰과 법원의 사과를 공식 요구했다.

강 씨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통해 입장을 내고 “당시 수사 검사들과 검찰 조직은 제가 유서를 쓰지 않은 것을 알면서 진실을 왜곡했다”며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1991년, 1992년은 물론 재심 후에도 2009년 검찰 재항고 사건을 3년이나 방치하고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법원도 한 마디 사과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강 씨는 “‘유서는 김기설 본인이 쓴 것이고 강기훈이 쓴 것이 아니다’(라는) 이 단순한 것을 확인받는데 무려 24년이 걸렸다”며 “당연한 판결을 받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책임을 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 씨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이 지난 14일 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뒤 처음 나온 것이다. 현재 암 투병 중인 강 씨는 이번 선고 당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 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 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재심 끝에 누명을 벗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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