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독립문역 구간에서 올해 처음 실시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참여자들이 유독가스가 퍼진 전동차를 빠져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새벽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독립문역 구간에서 올해 처음 실시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참여자들이 유독가스가 퍼진 전동차를 빠져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안전처 첫 지하철 독가스 대피훈련곳곳서 기침소리 우왕좌왕
“운전실 비상사다리 이용”
안내방송 쉼 없이 이어져
밖으로 탈출한 승객들 안도


“칙∼ 피시식 퓨우∼”

18일 오전 3시 30분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을 향해 달리던 열차의 앞쪽 5번째 전동차 1개량에 유독가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가스다, 가스” “어서 피해!”라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제히 코를 막으며 우왕좌왕하는 승객들. 그 와중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현재 우리 전동차에는 독가스가 살포됐습니다. 공간이 좁아 출입문을 이용할 수 없으니 운전실에 있는 비상 사다리를 내린 뒤 질서 있게 나오시기 바랍니다. 임의로 출입문을 열고 내리면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훈련인 줄 뻔히 알았지만 갑자기 가스가 터지고 연기까지 자욱해지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만일 실제였다면 안내방송을 했다고 해도 서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압사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캐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지만 승객들은 스피커 속 목소리에 힘을 얻은 듯 침착하게 운전실 비상 사다리를 통해 차량에서 빠져나왔다. 목소리는 쉼 없이 이어졌고, 불안감에 떨던 사람들은 안내방송이 마치 한 줄기 구원의 빛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대로 따라 했다. 기울어가는 세월호 안에 갇혀있던 단원고 학생들에게도 이런 안내방송이 전해졌다면, 세월호 승무원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승객안전을 생각해 ‘선실에서 빠져나와 바다로 뛰어들라’는 방송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쳤다.

20여 분이나 지났을까. 구급요원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 실내로 진입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전동차를 벗어난 남녀노소 승객은 선로를 200여 m 걸은 뒤 독립문역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국민안전처 직원들이 이들을 안심시키며 제독 작업을 했다.

국민안전처가 이날부터 22일까지 닷새 동안 실시하는 올해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첫 훈련인 지하철 유독가스 대피 현장 모습이다. 소방방재본부가 안전처로 통합된 후 처음 실시한 행사다. 안전처, 서울메트로, 서대문소방서, 서대문구청, 서대문경찰서, 56사단, 서대문보건소 등 7개 기관 411명이 참여했다. 훈련은 오전 4시 30분쯤 끝났다.

현장에서 직접 훈련에 동참한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의 희생자가 왜 그렇게 많은지 훈련에 참여해보니 알겠다”며 “오늘 같은 사고가 나면 무조건 가장 가까운 역에 전동차를 붙인 뒤 탈출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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