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에 이색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대학건물, 로비와 강의실을 국내 유명 미술작가의 개인 미술관으로 꾸민 ‘캠퍼스 뮤지엄’이다. 일부 대학에 자리 잡은 교내 박물관 미술관과 달리 이곳은 별도 건물 대신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강의실까지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 학생 교직원에게 일상생활 속 미술을, 작가에게 작품 전시 및 효율적인 관리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성신여대(총장 심화진)와 마니프조직위원회(대표 김영석)가 공동 주최한 프로젝트다. (사진)
내부에 유리병과 과일을 정교하게 묘사한 정물화 10여 점이 눈길을 끄는 C동 212호 강의실은 별칭이 ‘구자승미술관’이다. 강의실 입구에 작가의 프로필을 담은 동판이 붙어 있고, 외벽에는 여성누드화와 인물화가 걸려 있다.
B동과 C동 로비는 원로 조각가 최만린, 서양화가 김영재 씨의 개별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C동 2층 204, 208호 강의실 안팎에는 각기 제정자 류민자 씨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C동 3층 로비는 전준미술관, 311호 강의실은 유휴열미술관이다. B동 3층 로비에는 최예태미술관이 들어섰다. 60대 중반∼80대 중반 미술계 원로 중진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공간이 대학에 들어선 것도 이례적이다. 물론 학교에 전담학예사가 상주하면서 작품을 관리한다. 지하의 개관 기념 특별전(11월 13일까지)에는 캠퍼스 뮤지엄의 작가 8명 외에 전뢰진 민경갑 유희영 씨 등 원로 3명의 작품도 나왔다. 또 지하에서 지상 7층까지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B동 중앙 통로는 백남준 김창열 판화, 한만영 송현숙 주태석 유화 등이 잇따라 펼쳐지는 원형 미술관이다. 성신여대와 마니프는 이번 아트프로젝트를 통해 미술관 작가별 디지털 작품 도록 제작 지원, 작가 특강을 펼치는 한편, 지역주민 등 일반인 대상의 프로그램도 예고했다.
대학시절 ‘미술관교실’에서 생활한 학생들은 미술공간을 즐겨 찾는 미술애호가가 될 것이다. 또한 원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관리 보존할 수 있어 캠퍼스 뮤지엄은 ‘대중 속 미술’을 지향하는 반가운 뉴스다. 일부 애호가를 대상으로 한 몇몇 작가 위주의 전시에서 벗어나 일상의 미술체험, 미술시장의 저변 확대라는 점에서 이 같은 프로젝트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미술저널리스트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