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유린타운’ 리뷰 “내가 네 엄마다.”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돈 내!”를 연신 외치던 페니 와이즈(최정원 분)가 느닷없이 호프 클로드웰(아이비 분)의 친모임을 밝힌다. 호프는 밀려오는 ‘닭살’을 누르고, 시선을 피하며 겨우 내뱉는다. “어, 어, 엄마!”

지난 17일 개막한 뮤지컬 ‘유린타운’(연출 이재은)의 2막 중반부. 극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데도, 관객석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심각한데, 춤은 즐겁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어딘가’로 끌려가고, 심지어 주인공이 죽어도 음악은 경쾌하다. 이상하다. 결말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들 때 록스탁 순경(김대종 분)과 리틀 샐리(최서연 분)가 나타나 도와준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해피 엔딩도 새드 엔딩도 아닙니다.”

우리말로 하면 ‘오줌마을’이다. ‘유린타운(Urinetown)’은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마을에서 공중화장실 유료 사용권을 둘러싸고 이익을 취하려는 기업(쾌변주식회사)과 군중이 대립하면서 벌어지는 혼란을 그렸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하고, 노상방뇨를 하면 아무도 본 적 없는 유린타운으로 끌려간다. 흡사 집단 공포심이 만들어낸 괴담 같다. 바비 스트롱(김승대·정욱진 분)의 선동으로 사람들은 공중화장실을 점령하고, 잠시 ‘자유’를 찾지만 물 부족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또, 민중과 함께 아버지 콜드웰 B 클로드웰(성기윤 분)을 몰아내고, 쾌변주식회사의 새 사장이 된 호프도 인기에만 연연한 나머지 제대로 된 경영을 펼치지 못한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세요”라며 젊은 바비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호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이비는 예쁘고 야무진 듯 보이면서도 백치미가 흐르는 호프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최정원이 “아이비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고 한 극찬을 입증하며. 물론, 변화무쌍한 페니 역도 최정원이 아니면 할 사람이 없어 보였다. 성기윤, 이경미 등의 농익은 연기와 재즈, 컨트리, 가스펠 등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2002년 토니상 연출상, 극본상, 작곡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어 버전은 10년 만의 재공연이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8월 2일까지. 1544-1555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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