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對南) 공작은 변함없이 대한민국의 취약한 곳 어디든 파고든다. 특히 국내 마약 사범을 끌어들여 히로뽕을 제조하고, 반북(反北) 인사 암살까지 획책했다는 사실은 북한 공작이 얼마나 집요한지, 또 결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국가정보원, 경찰청과 공조해 북한 공작조직의 하수인으로 포섭돼 북한에서 히로뽕을 대량 제조한 일당 3명을 국가보안법(제4조 목적 수행, 제6조 잠입·탈출)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북한의 대남 조직이 마약의 제조 및 유통에 직접 관여하고 있음을 수사로 밝혀낸 첫 사례다. 북한과 하수인 일당은 2000년 6∼7월 200만 명 투약분에 해당하는 히로뽕 70㎏을 제조했다고 한다. 제1차 남북 정상회담(2000.6. 13∼15)과도 겹친다. 귀순 공작원에 따르면 2004년 4월 독일인 북한 인권운동가 노르베르트 폴러첸, 2009년 10월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와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의 암살도 지령했다. 이 지령은 무위에 그쳤지만 마약 세포 조직을 요인 암살용으로 동원하는가 하면, 열병합발전소 위치 자료 확보 용도로 바꾸는 등 북한의 치밀한 공작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관계 당국은 이들 일당의 여죄는 물론 다른 유사 사례에 대한 추적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1996년 10월 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최덕근 영사가 피살된 사건을 상기시킨다. 고(故) 최 영사는 북한의 마약 밀매 및 위폐 유통 등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추적하다 그 마지막 단계에서 순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는 ‘히로뽕 기술자’ 방모 피고인이 북한과 협력해 히로뽕 원료·장비를 밀반출한 혐의 기간 1996∼1997년과 겹친다. 정부는 차제에 이 사건까지 재조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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