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산업 시찰을 위해 인도를 방문한 일이 있다. 마지막 방문지에 가기 위해 뉴델리에서 우타르프라데시 주(우리에 비유하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가기)로 진입했다. 그런데 두 지역의 경계선에서 버스가 멈추더니 한 인도인이 버스에 들어와 우리 일행을 모두 둘러보더니 내리고 담당자가 따라 내렸다. 버스가 출발한 후 물어보니 통행세를 현금으로 120달러 요구해서 줬다는 것이었다. 통행료가 정해지는 방식도 그렇고, 건네진 현금이 모두 국고로 들어가지는 않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며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흔히들 인도에는 3개의 D가 있고 하나의 D가 없다고 한다. 민주주의(Democracy), 인구 구성(Demography), 수요(Demand)가 인도에 있는 3개의 D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인구의 50%가 25세 이하일 정도로 젊은 인력이 많고, 지금 2억5000만 명인 중산층이 앞으로 10년 후까지 5억 명이 될 것으로 보여 내수가 탄탄하다는 긍정적 상황이 3개의 D안에 포함돼 있다. 반면, 없는 D는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의 D이다.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알박기’식의 가격 상승 목적으로 수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어찌할 수 없다 보니 도로 하나 건설하기가 너무 어렵다. 교통 인프라가 매우 열악한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가 너무 잘(?) 발달해 중앙정부의 힘이 잘 먹히지를 않는다. 국가 전체 차원의 프로젝트가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하는 배경에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5월 16일 발표된 인도의 선거 결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이 하원의 51.9% 의석을 차지하면서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기차에서 차(茶)를 팔던 노점상 출신의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지사 재직 시 보여준 경제적 성과에 대해 국민이 지지를 보냈다. 이에 따라 모디 총리가 내건 경제정책 패키지인 ‘모디노믹스’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인프라 개발 강화, 조세·교육 등 각종 개혁,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모디노믹스’는 인도판 대처리즘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성과는 상당하다. 우선, 주가가 22,000대에서 27,000대까지 올랐고 외국인 자본 유입액이 360억 달러에서 412억 달러로 늘었는데 계속 증대될 조짐이다. 성장률도 상승 추세다. 국민이 간디 가문의 후계자 대신 모디를 선택한 결과 인도 경제에 햇볕이 들고 있다. 경쟁 상대라 생각하는 중국의 엄청난 약진을 보며 부러워하던 인도 국민이 경제 문제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게 되면서 새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물론 모디노믹스의 앞길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상원이나 주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여전하니 각종 프로젝트의 진척이 더디다. 정책의 일관성 부족에다 정치화한 노조, 소외계층의 상대적 박탈감 문제, 대외변수의 불확실성 등 과거의 유산으로 인해 넘어야 할 파고가 만만찮다. 그러나 일단 방향이 잘 잡히고 국민의 지지가 있는 만큼 모디노믹스는 계속 추진될 것이고 기대 또한 상승할 것이다.
모디 총리가 18~19일 양일 간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우리와 인도 사이에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체결된 상태다. 이번 모디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면서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경제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을 우리에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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