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
지난 12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진료실에서 최천웅 교수가 환자에게 잘못 알고 있는 폐질환 정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진료실에서 최천웅 교수가 환자에게 잘못 알고 있는 폐질환 정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오전 조직 검사·오후 결과 확인
환자와 수술 · 약물치료 중 결정
빠르면 다음날 바로 수술하기도

검사·진료·판독 등 신속하게
모든 일정 환자에게 맞춰 진행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호흡기 내과 과장을 맡으면서 암 진료 시스템을 바꿨다. 진료부터 수술까지 오랜 기간 기다려야 했던 암환자에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게 한 것이다. 이미 많은 병원에서 도입한 새롭지 않은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그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초대형 암센터처럼 대규모 인력과 시설을 확충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인원 속에서 의료진이 개인의 시간을 조절하면서 만들어졌다. 최 교수가 의료진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공감을 얻어내며 만들어낸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의 암 진료진은 자신의 시간을 조금 더 내고, 희생하면서 신속한 암 진료 시스템을 완성했다. 암환자에 대한 빠른 시스템은 환자를 많이 진료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환자=가족’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에서부터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가족처럼 환자를 대해야 합니다. 틀에 박힌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정말입니다. 환자가 정말 내 가족이라면 신속하게 진료받았으면 좋겠고, 설명도 충분히 해주게 되는 것이죠.”

지난 12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환자는 가족’이라는 그의 주장이 전혀 상투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환자를 대할 때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으며 몸짓과 말투에도 자상함이 배어있었다.

최 교수의 병원 내 별명은 ‘모든 직원의 주치의’일 만큼 자상한 사람으로 통한다.

그는 강동경희대병원의 암 진료 시스템을 크게 단축했다. 폐암을 진료하는 의사인 그는 암환자가 오전에 조직검사를 받으면 그날 오후에 병리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했으며, 결과가 나오면 바로 환자와 수술에 들어갈지, 혹은 약물치료를 할지 결정하도록 했다. 다음날 바로 수술에 들어갈 정도로 신속성을 갖췄다. 보통 환자가 암이 의심되면 3∼4일 이내에 수술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는 일반 대학병원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우선 조직을 떼어 암 여부를 판단하는 병리검사가 일반적으로 3∼4일 소요된다. 이후에 검사를 잡는 기간이 필요하고, 수술방을 잡고 마취과 의사, 간호사 등의 일정을 잡는 데만 며칠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검사와 진료 수술인원을 늘리고 검사장비와 수술 장비를 확충하면 진료시간 단축은 쉽다. 그러나 최 교수의 개선 방식은 병리과 의사, 검사결과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의사, 수술 집도의사, 마취의사 등 각 의료진과 만나 “진료일정을 빠르게 당겨보자”라는 합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최 교수는 “일단 암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모든 일정을 환자에게 맞춰준다”며 “일반적인 일정보다 검사나 진료, 판독을 빠르게 해주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개인의 희생이 뒤따른다. 의료진이 빽빽하게 정해진 일정 외에 시간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 교수는 의료진을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했고, 다른 의료진이 흔쾌히 받아들여 가능해졌다.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게 된 계기는 최 교수의 경험이 바탕에 있다. “친척 중 한 명이 10년 전 심근경색으로 국내 유명 병원에 갔습니다. 진료결과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수술일정을 2개월이 지난 뒤에 잡아줬다는 겁니다. 환자의 가족 입장에서 황당했던 기억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환자의 입장에서 진료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고, 호흡기내과 과장을 맡으면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 같은 신속한 진료를 시작한 이유는 폐암이 치료가 어렵고 별다른 징후가 없어 발견했을 경우 증상이 많이 악화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침이나 가래, 각혈 등이 나타나면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신속한 치료가 필수다.

폐 분야의 연구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더디지만 최 교수는 연구에 대한 의지도 강했다. 현재 만성폐쇄성폐질환을 비롯해 폐질환에 대한 연구는 폐포의 염증을 잡는 것이 국제적 화두다. 전 세계 의료진이 갖가지 염증치료제를 폐에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하면서 실패를 거듭해오고 있다. 최 교수도 관절염과 피부재생 치료제를 폐염증 치료에 적용해보는 연구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소화기 내과에서 위궤양에 관절염 치료제를 적용해보니 성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전을 확인해보니 폐손상 기전과 비슷했다”며 “아직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해당 치료제를 폐에 적용하는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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