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강석경(사진)은 자신이 한국 땅에 태어난 것이 보람된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그에게 문학 그 자체인 선배 소설가 박경리와의 만남, 나머지 하나가 바로 불교이다. 종교를 떠나 한국인이라면 모든 이의 몸 속에 불교가 흐른다는 그가 살아오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 중 하나인 불교의 세계를 풀어내 산문집 ‘저 절로 가는 사람’(마음산책)을 냈다.
삶의 보람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아니더라도 1994년 천년 고도 경주로 거처를 옮겨 그곳에서 글을 써온 작가로, 강석경 하면 경주, 경주 하면 강석경이 떠오르기에 그가 불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하루하루 일상처럼 자연스럽다. 지난 1년여 동안 집필한 책은 절로 들어가는 길, 그곳에서 만난 스님들, 수행자의 모습 등을 살피며 여기에 비친 우리들의 삶과 이를 넘어선 불교, 구도의 세계에 대해 편안하고 고즈넉하게 이야기한다. 작가의 목소리가 얼마나 조용하고 아늑한지 하늘엔 초승달이 뜨고, 바람이 간간이 부는 시원한 가을밤, 조용한 절 경내에 들어와 사색에 잠긴 것 같은 분위기이다.
작가는 해가 저물어 가는 2013년 말, 통도사 화엄산림법회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연륜이 쌓일수록 일년살이 정리도 부질없어 흘러가는 시간을 맥없이 바라보다 절에 가는 것이 송년 의식이 되었다”는 작가는 그해 말 화엄산림법회에 영가를 청했다. 그가 청한 영가는 그해 가을 세상을 떠난 선배 작가 최인호, 최인호의 소설 ‘별들의 고향’의 주인공 경아가 죽어간 1970년대에 대학 4층 건물 아래에서 피흘리다 죽어간 동생, 그리고 파산 선고를 받고 가족들 몰래 행방불명된 아버지…. 작가는 이들에 얽힌 자신의 기억과 아픔, 추억을 이야기하며 통도사에 이르는 길을 걸어들어간다. 속세에 살고 있는 독자들은 글을 읽으며 그와 함께 수행의 세계인 절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어 작가는 새벽 2시, 별을 보며 일어나 분초를 나누어 생활하는 해인사 학인 스님들의 치열한 ‘하안거’를 글로 옮기고, 수행과 믿음 그 본연의 삶이 녹아든 불화를 그리는 통도사의 불모 송천 스님의 장대한 작업을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본다.
상좌 성안 스님을 범패로 떠나 보낸 동주 스님(홍원사 회주·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3호 경제어산 보유자)의 아픈 이야기, 새하얀 눈 덮인 산길을 걷고 또 걸어 절로 온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회고하는 정우 스님,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앉아서 팔리어로 부처님의 말씀을 공부하던 화운사 주지 선일 스님, 서호주 탐사 사이사이 법성게를 강연하는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 자연을 절 삼아 생활하는 몽골 유목민까지 풀어낸다. 저자는 이렇게 성과 속을 넘나드는 불교의 인연을 살펴보고 이렇게 말한다. “상처와 번뇌 없는 인생은 없다. 부처님은 고(苦)를 해결하기 위해 출가하셨다. 범부들에게 고는 인생의 영원한 숙제 같다.”
4년 전부터 동국대에서 불교 강의를 조금씩 듣고 있다는 그는 오래전부터 불교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스님들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수행을 하며, 또 왜 그런 길을 택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고 싶었단다. 미루고 미루다 이번에 책을 쓰게 됐다는 그는 “현실은 먹고 사는 것에 한정된 물질 시대이다. 하지만 우리는 물질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수행자들은 일찍이 그것을 깨달은 정신적 이상주의자”라고 했다. “문학도 생도, 자신을 찾아가는 깨달음의 과정이며 작가의 글쓰기도 세속에서의 구도, 수행의 길”이라는 그는 다시 태어난다면 온전히 현실을 떠난 수행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산문집은 불교 소설을 쓰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 구도자 소설을 몇권 써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