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정치에 다원주의 좌절 종교간 협력의 길 모색할때”
일아(一雅) 변선환(1927∼1995·사진). 미국 드루대와 스위스 바젤대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그는 귀국 후 서구 중심의 기독교에서 벗어난 새로운 신학의 길을 열었다. 동양적 특성과 사상을 반영한 기독교 사상을 정립하고, 타 종교와의 조화를 추구했다. 감리교신학대 학장으로 학문적인 접근을 꾀하는 것은 물론, 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회 초대위원장을 맡아 실천을 통해 종교 간 화합을 끌어냈다.
하지만 그는 1991년 이런 활동 때문에 목사직을 박탈당했다.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그의 발언을 보수개신교계가 문제 삼고 나섰다. 이듬해 김홍도 목사가 주도한 감리교 교리수호대책위원회는 그를 종교 재판에 회부했다. 변선환은 최후 진술에서 “기독교는 더 이상 정복자의 종교가 아니며, 전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종교 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감리교 재판부는 그가 복음의 순수성을 해쳤다고 판결했다. 감리교회법상 최고형인 출교 처분이 내려지면서 그는 신자 자격마저 빼앗겼다. 한국현대종교사에서 전례가 없는 종교재판으로 큰 사회적 파장이 일었고, 그는 감리교 학장 직에서도 쫓겨난 채 출교 3년 만에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이후 한국 개신교는 꾸준히 보수화의 길을 걸었다.
올해는 변선환 서거 20주년이 되는 해다. 점차 다종교·다문화·다인종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은 그의 신학이 절실한 상황이다. 오는 22일 감리교신학대에서 열리는 학술심포지엄 ‘다종교·다문화 시대, 대화의 길을 묻다: 변선환 신학의 21세기적 의미 조명’은 그의 신학을 다시 불러내는 자리다. ‘고 일아 변선환 학장 서거 20주기 추모사업회(추모사업회)’와 KCRP 종교간대화위원회가 힘을 합쳤다. 심광섭 추모사업회 공동대표는 “부당한 교단 정치에 의해 좌절된 변선환의 종교다원주의 신학을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종교 간 대화와 평화를 위한 협력의 길을 모색하려 한다”고 했다.
심포지엄에는 박일준·이한영 감신대 교수, 박광수 원광대 교수, 신익상 성공회대 교수, 열린선원 법현 스님 등 다양한 종교계 학자들이 참여한다. ‘트랜스휴머니즘 시대의 변선환’ ‘탈종교 시대의 변선환 신학’ ‘2015년, 불이적 종교해방신학의 테제들’ 등을 주제로 발표하고, 논평을 가질 예정이다. 특히, 이한영 교수는 변선환의 논문 ‘종교 간의 대화 백년과 전망’의 이 마지막 문장에 주목해 그 의미를 살핀다. ‘대화는 인류의 최후의 희망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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