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장밋빛 인생’, 2012,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최정화, ‘장밋빛 인생’, 2012,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매혹의 장미는 고려시대를 풍미했다. 이규보는 장미꽃 아래에서 술을 마시며 ‘꽃이 유독 그대에게 돈독하니, 혹시 예전에 빚진 일이 있었던가’라고 토로했다. ‘수정 술잔에 장미수 따르리다’라는 정겸의 송별시는 헤어짐의 아쉬움을 로제 와인으로 달랜 듯하다. 고려의 장미는 한국 낭만 미감의 극치다.

고려의 멋의 여운이 남았던 조선 초 태종은 왕이 내리는 문서를 작성하는 예문관을 격려하기 위한 잔치를 ‘장미연’이라 했다. 그러나 장미는 조선 중후기, 시녀의 이름으로 불리며 억제된 낭만의 시절을 겪는다.

낭만의 장미가 씩씩해졌다. 한국 팝아트의 선두주자 최정화(54)의 ‘장밋빛 인생’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정동길에서 방긋거린다. 그가 보여준 장밋빛 인생은 지치지 않는 열정이다. 울긋불긋 플라스틱 장미 다발은 들장미소녀 캔디보다 더 씩씩하다. 그의 팝아트는 낭만의 씩씩함이다. 한국 팝아트의 리더로서 그는 ‘가슴시각개발연구소’를 운영하며, 국내외 전시를 신나게 추진한다. 내년 유럽 전시회 기대합니다!

선승혜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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