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3일간의 한국과 중국 순방을 마치고 18일 미 시애틀 보잉필드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3일간의 한국과 중국 순방을 마치고 18일 미 시애틀 보잉필드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방문국 구미에 맞는 말
“韓·美 역대 최상 동맹”
日외무와는 스킨십 외교

위안부 日책임 확인했지만
‘인신매매’ 아베 용어 사용
양국 사이서 ‘美 국익외교’


지난 17∼18일 양일간 방한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한국에 고무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일본에서는 일본의 구미에 맞는 말들을 늘어놨던 그다. 장소와 상황에 맞게 ‘립 서비스’를 함으로써 30년 가까이 상원의원을 지낸 정치인의 면모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뚜렷한 약속을 내놓은 것은 없어 한국 정부에 숙제를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의 외교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8일 케리 장관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인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에 대해 “한국이 승인하지 않는 행동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안심을 시키는 모습이었다. 그는 미·일 관계의 ‘역사적 전환’도 언급했다. 지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 때 케리 장관은 이례적으로 아베 총리를 보스턴 자택으로 초대하고, 함께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볼을 비비며 인사를 나누는 등 상당히 친근한 모습을 과시했다. 미·일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은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미·일 동맹을 현대화하는 동시에 군사협력의 범위를 넓힐 것”이라며 “일본은 국제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며 일본이 아시아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케리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대북제재 의지를 밝혔다. 그는 “북한이 가하는 어떤 위협에도 완전히 결단력 있게 대처할 것”이라며 “한·미는 북한 문제에 1㎝도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기존보다 강화된 한·미동맹을 강조했지만 과거사 문제는 한·일 양국의 책임이라는 뜻을 표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케리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성적 목적의 끔찍한 인신매매”라며 가해자를 일본군이라고 특정했다. 미 국무장관이 일본군의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아베 총리가 과거사 책임회피를 위해 사용한 ‘인신매매’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사용함으로써 애매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과거사 해결에 도움을 줄 것 같은 인상을 줬지만 한·일관계는 양자 간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결국 거리를 뒀다. 그의 노련한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월 방한 때도 케리 장관은 통인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한국의 친한 벗과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한·미외교장관 기자회견에서 독도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했다. 또 당시 그는 “한·일 양국이 과거사를 뒤로하고 양자 간 협력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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