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프로농구 하나외환 임현지부상으로 프로 3년만에 은퇴
임정명 前 고려대 감독의 딸

훈련 등 모든 일 돕는 직업
후배 심리상담 ‘멘토’ 역할도
“재밌게 생활… 자부심 느껴”


“매니저가 ‘물 당번’이라고요? 지금은 전력분석까지 도맡아요.”

여자프로농구 하나외환의 매니저 임현지(30·사진 오른쪽)는 2004년 금호생명(현 KDB생명)에 입단했지만 숙명여고 시절 다친 오른 발목 상태가 악화돼 프로 입문 3년도 안 돼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농구는 천직.

성신여대를 졸업하고 3년 동안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며 ‘외도’했지만 농구계로 컴백했다. 2013년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19세 이하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 트레이너 겸 매니저로 합류하면서 농구와 다시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 하나외환에 스카우트됐다.

임현지는 농구 유전자를 지닌 채 태어났다. 아버지는 삼성 프로농구단 코치와 고려대 감독을 지낸 임정명(57·왼쪽), 어머니는 실업팀 외환은행 선수 및 매니저 출신인 백은희(58) 씨. 오빠(임우찬·32)는 고려대 1학년 때까지 농구선수였고, 지금은 중학교 체육교사가 됐다.

임정명 전 감독은 센터 출신. ‘슛도사’ 이충희 전 동부 감독과 함께 고려대 77학번으로 대학 재학 시절 당시 최다였던 49연승의 신화를 창조했다. 1982 뉴델리아시안게임의 금메달 멤버다.

18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하나외환 체육관에서 만난 임현지는 “매니저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매니저를 경기 중 선수들에게 음료수나 얼음을 갖다 주는 도우미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 팀 훈련 때는 코치 보조가 된다. 드리블과 골밑 돌파 훈련을 하는 선수들에게 공을 패스하고 또 리바운드를 잡아준다.

여자프로농구는 별도의 전력분석요원이 없기에 상대팀의 전력을 분석하는 것도 매니저의 업무 중 하나. 각종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 상대팀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감독에게 보고한다.

후배 선수들의 ‘멘토’ 역할도 한다. 선수들이 힘들어할 때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맛있는 빵집을 찾아 간식도 사다준다. 고민을 털어놓는 후배에게 선수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전지훈련이나 원정게임 때 경기장과의 거리를 고려해 숙소와 식당 등을 잡는 것은 기본. 임현지는 “매니저에 대한 편견 때문에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며 “매니저로서 구단 사무국 정직원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임현지에겐 우상. 강인한 몸싸움이 주특기였던 임 전 감독은 거친 카리스마로 코트 안팎을 주름잡았다. 집안에서도 ‘호랑이’로 통했지만 어느날 자상한 아빠로 바뀌었다.

임현지는 “아빠가 미국 듀크대에서 혼자 유학생활을 했는데, 외로움이 크셨던 것 같다. 2002년 크리스마스 때 아빠에게서 태어나 처음으로 손편지를 받았다. 이제는 주말에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안 하면 삐치는 아빠가 됐는데 밖에서는 아직도 아빠를 무서운 사람인 줄로만 안다”며 활짝 웃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김성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