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의 유엔총장 방북 계획발표 하루만에 수포로 이유 발표조차 없이 뒤집어
개방나서는 모양새 부담된 듯

최근 미사일 등 긴장 높여
당분간 협상나설 가능성 희박


북한이 21일 예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를 막판에 철회하면서 국제적인 고립의 길로 다시 돌아섰다. 장기간의 남북 경색관계에 변화를 꾀하던 박근혜정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남북관계는 물론, 미국·중국과의 대화를 거부한 데 이어 유엔의 손길마저도 뿌리친 것은 ‘김정은 체제’의 내부 문제가 급박하게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대내적 권력 기반 공고화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김정은 체제가 본격적인 도발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는 1993년 이후 22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려던 반 총장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반 총장의 임기 내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반 총장의 임기는 2016년 12월 끝난다.

특히 정부는 19일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발표 반나절 만에 북한이 입장을 철회한 배경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반 총장이 20일 오전 서울디지털포럼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북측은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에 너무 초점이 맞춰지면서 북한이 외부에 문을 열고 개혁·개방에 나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17∼18일 방한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변화를 압박하고, 박 대통령이 19일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교류·협력을 통해 정상적인 발전의 길을 걷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과도 맞물리면서 ‘김정은 체제’가 한·미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집권한 신생 정권인 ‘김정은 체제’가 생존 기반을 대내 결속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외부와의 섣부른 접촉은 정권의 정통성과 명분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인상 협상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을 허가했던 사실부터 이례적이었다는 게 정부 및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다. 애당초 북한은 반 총장의 방북을 통해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한편, 유엔 기구의 대북 지원을 얻어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1874·2087·2094호에 따른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추려는 시도였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과의 대화마저 거부함에 따라 한·미 등과의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정부로서는 집권 3년 차인 올해 남북관계를 풀 계기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와 국제사회는 오히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전혀 한·미가 제안한 탐색적 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앞으로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 등과 같은 도발을 이어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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