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정책에 면죄부 준 셈 인터넷 은행 도입과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이르면 오는 12월 시행되는 ‘비대면 실명 확인제’에 대해 오히려 규제개혁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문화일보 5월 18일자 8면 참조)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18일 금융개혁회의를 열고 낡은 규제를 혁신하는 차원에서 비대면 실명 확인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비대면 실명 확인제를 도입하면서 영상통화와 신분증 사본 확인, 현금카드 배달 시 본인 확인, 기존 계좌 활용(타 금융회사에 이미 개설된 계좌로부터 소액 이체를 받음) 등 4가지 방법 가운데 적어도 2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실명 확인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비대면 실명 확인제에 대해 오히려 규제개혁 척결 대상으로 꼽히는 ‘규정 열거주의(포지티브)식 규제’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소리가 높다.

금융 전문가 사이에서도 금융당국이 규제개혁회의에서조차 구태의연한 포지티브식 발상을 반복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규제개혁회의가 사실상 금융당국의 정책에 ‘면죄부’를 주는 형식적인 의결기관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우려하는) ‘대포통장’이나 ‘지하경제’ 문제는 뭘 해도 발생하기 마련”이라면서 “정부가 유권 해석을 해 도장을 찍은 방식 외에도 금융회사가 스스로 타당성을 입증한 방식을 허용하되,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무겁게 지우는 새로운 차원의 규제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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