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국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상이 급속히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부는 사드 협의를 요청받은 적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 No’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이제 그럴 수는 없다. 주한미군의 방어 전략이 대한민국 안보와 사실상 동일한데다, 세계 최강의 안보 동맹을 맺고 있는 관계임을 고려하면 ‘미국의 일’로만 치부하고 수수방관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차관보는 19일 워싱턴에서 “사드 포대의 한반도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제임스 윈펠드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여건이 성숙되면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케리 장관의 “우리가 사드 체계와 다른 것들에 대해 말하는 이유” 발언 뒤 미국 당국자들의 구체적 언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9일에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 양국이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군사적 요인은 물론 정치적 반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전반적 상황은 명확하다. 미국은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 안보를 위해 사드 배치를 희망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여러 이유 때문에 모른 척하고 있고, 미국은 점차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기본 입장을 정할 때가 됐다. 가장 분명한 점은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이 구매하라는 것도 아니고, 주한미군 방어용으로 1개 포대를 배치하겠다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할 필요도 있다. 미·일 신(新)밀월 상황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 무기 배치는 한·미 간의 문제일 뿐이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기보다 북한 위협이 이런 사태를 초래하고 있음을 진지하게 설득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수용(受容)하는 자세를 보일 때가 됐다. 양국이 사드 배치 원칙에 합의하더라도 부지 마련 등 재정 부담의 문제, 반미(反美) 세력의 악용·선동 가능성, 중국·러시아의 반발, 전자파 문제 등 기술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안보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내달 방미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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