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를 뜻하는 국회대책비가 도마에 올랐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회운영위원장 시절에 받은 국회대책비를 집에 생활비로 줬다고 밝혔다. 또 국회 로비 혐의로 기소된 신계륜 의원도 지난 18일 공판에서 아들 유학 자금 출처와 관련된 검사의 질문에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때 받은 직책비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국고(國庫)로 지급된 공무활동비(판공비)를 두 사람 모두 사용(私用)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과연 공무활동비가 ‘공(公)돈’이냐 아니면 눈먼 ‘공(空)돈’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사실 국회의장단,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회나 개별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되는 특수활동비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국회는 특수활동비를 꾸준하게 늘려 1년에 90억 원 가까이 지출한다고 한다. 문제는 특수활동비가 개인 용도로 사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증빙 자료와 함께 엄격하게 검증되긴커녕 관행적으로 영수증 없이도 사용이 가능한 눈먼 돈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후진국일수록 눈먼 돈이 많다. 눈먼 돈은 ‘임자 없는 돈 또는 우연히 생긴 공돈’을 말한다. 선진국일수록 공금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정치권에서 사용되는 돈을 감시하는 눈은 더욱 매섭다. 투명한 사회일수록 공금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정치인에게는 공사를 철저하게 구분할 것을 요구한다.
국회대책비와 직책비를 포함한 특수활동비가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이나 상임위원회의 활동을 위해 지급되는 돈이라면 당연히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당(手當)의 성격이라면 소득세가 부과되는 항목이어야 한다.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공무활동비라면 공식적으로 관리되고 용도에 맞게 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공금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져 있다.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재판관 시절에 ‘특정업무경비’를 사적 용도로 지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낙마한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 국회가 날카롭게 지적한 것을 고려하면 국회는 자신에게는 너무나 무디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국회의원도 이미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해 오던 게 관행이었다면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율기(律己)편 청심(淸心)조에서 지도자의 맑은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다산은 청백리가 사라지는 현실을 한탄하면서 상산록(象山錄)을 인용하며 청렴의 세 등급을 제시한다. 최상의 청렴은 주어진 봉급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먹고 남은 것도 집으로 가지고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직을 그만두면 한 필의 말로 소박하게 초야로 돌아가는 가장 청렴한 염리(廉吏)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다음은 봉급 외에 명분이 바른 것은 취하되 바르지 않은 것은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하는 명분이 바르지 않더라도 규례에 나와 있는 것이라면 취한다는 것이다.
다산이 이야기한 청렴의 기준을 빌리면 공무활동비 사용에 대한 관행을 핑계 삼아 공금을 눈먼 돈으로 사용한 국회의원의 경우 최하 등급을 피하기 힘들다. 청렴은 공금을 공돈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