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가 처 미도리의 전화를 받고 해상보안서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대공국장 이영섭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미도리는 다나카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사다코라는 여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국정원장실 안에는 원장 박기출과 1차장 신현기, 그리고 이영섭까지 셋이 소파에 둘러앉았다. 이영섭의 보고를 고위층 둘만 듣는 셈이다. 구두보고였으므로 이영섭이 손에 쥔 메모지를 읽는다.

“사다코는 가쓰라라는 사내의 처입니다. 그리고…”

머리를 든 이영섭이 앞에 앉은 박기출을 보았다.

“가쓰라는 자위대 해군 특공대 상사로 36세, 미도리의 동생이 됩니다.”

박기출이 눈만 껌벅였는데 잘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가끔 간단한 족보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신현기가 대신 해설했다.

“그럼 다나카의 처남이 특공대 상사 가쓰라로군, 맞지?”

“그렇습니다.”

박기출이 심호흡을 했다. 그렇다면 가쓰라가 폭파작전 직전에 제 처를 시켜 해상보안서에 근무하는 매형을 피신시켰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것도 의심받지 않도록 와이프끼리 연락하도록 했다. 박기출의 시선을 받은 이영섭이 말을 이었다.

“이것은 일본 경시청 특별수사대의 조사에도 드러났지만 몇 시간 만에 자료가 삭제되었습니다. 통화 기록도 지워졌을 뿐 아니라 다나카 부부는 철통 같은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 이 국장은 이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나?”

신현기가 박기출이 묻고 싶은 사항을 대신 물은 것 같다. 박기출이 머리만 끄덕이는 것을 보면 그렇다.

“예, 경시청에서 빼내왔습니다.”

“경시청?”

놀란 듯 박기출이 묻자 이영섭이 먼저 심호흡부터 했다.

“예, 현지에서 다나카에게 접근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특별수사대 쪽으로 접근했지요.”

둘은 시선만 주었고 이영섭의 말이 이어졌다.

“그곳도 철저하게 보안장치가 되어 있었지만 폭파사건을 은폐한 것에 갈등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

“휴대전화 내용을 삭제한 담당 엔지니어는 삭제 전에 내용을 복사해 놓았다가 현재 구금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그때 신현기와 박기출이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박기출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미국도 대충 파악하고 있겠군 그래. 그렇지 않나?”

“그럴 가능성이 많습니다.”

“한국 CIA 지부장도 알고 있을까?”

박기출의 시선을 받은 이영섭이 머리를 끄덕였다. 머릿속을 읽은 것이다.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물론.”

다시 호흡을 가눈 이영섭이 말을 이었다.

“중국과 북한 측에도 넘기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은근하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어.”

박기출이 그때야 칭찬하고 나서 생각이 났다는 표정을 짓고 물었다.

“내년에 명퇴하고 신의주에 간다던데. 소문이 다 났어.”

신현기가 희미하게 웃었지만 박기출은 정색했다.

“이 사람아, 내가 내년에 그만두면 자네는 진급할 길이 열려. 기다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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