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 내 고성능차 선행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고성능차 콘셉트카 ‘RM15’의 성능 개선을 위한 토의를 하고 있다.
WRC 참가 이미지 업그레이드… 고효율·고성능차 개발 박차
차체 강도 높이며 승차감 유지… 주행 성능 질적 개선 팔 걷어
자율주행차 IT기술 끌어올리고 R&D 인력 7345명 새로 채용
지난 19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의 한 연구개발동. 건물 1층에 위치한 고성능차 선행실험실에는 20여 대의 각종 테스트 차량들 사이에 지난 4월 초 ‘2015 서울모터쇼’를 통해 일반 공개된 현대차의 고성능차 콘셉트카 ‘RM15’ 2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RM15는 ‘레이싱 미드십(Racing Midship) 2015’의 코드명으로 오는 2017년 출시를 목표로 현대차가 개발 중인 고성능차에 적용될 각종 기술을 탑재한 프로토타입차(양산 모델에 근접한 차)를 말한다. RM15 바로 옆에는 지난해 부산모터쇼에서 선보였던 ‘벨로스터 RM’도 성능비교 실험을 위해 준비 중이었다.
이날 실험실에서는 이승렬 고성능차성능개발팀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RM15에 장착된 스포일러의 모양과 각도를 달리해 차량의 가속성능을 끌어올리는 시험에 한창 열중하고 있었다. 차가 고속으로 달릴 경우 차체가 떠올라 접지력이 약해지는데 스포일러는 공기 흐름을 바꿔 차체 뒷부분을 눌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성능차에는 필수 요소다. 이 책임연구원은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을 비롯해 차량의 한계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포일러 각도를 조절한 뒤 주행시험장에서 평균 60∼70차례 가까이 주행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고성능차 섀시개발팀의 고대식 책임연구원은 RM15에 장착된 서스펜션(현가장치)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었다. RM15는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현대차의 기존 준중형 모델인 벨로스터의 차체를 기반으로 했지만 성능에 걸맞은 차체 강성을 구현하기 위해 서스펜션 부위를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단순히 강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고속주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차체 무게중심을 낮추고 방향 전환 시 민첩성을 높이는 고난도 작업에 속한다.
고 책임연구원은 “서스펜션에 들어가는 스프링만 해도 직경과 풀었을 때 높이 등을 달리한 수많은 제품을 갈아 끼우며 최적화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800만 대로 세계 5위 완성차업체로서의 위상을 굳힌 현대·기아차가 RM5를 필두로 한 고성능차 개발에 이처럼 몰두하고 있는 것은 향후 세계 선두권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차량 주행성능의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내구품질이나 동력성능, 충돌안전성 등은 계량화가 비교적 쉬워 현대차와 같은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 그러나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시장 선도자(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는 매끄러운 주행성능과 정교한 코너링 등 운전자에게 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폭스바겐의 ‘R’ 라인이나 BMW ‘M’ 시리즈 등과 같이 고성능 기술력을 상징하는 모델(‘N’ 브랜드)을 내놓기 위해 2012년 관련 조직을 신설해 고성능차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양산차를 개조한 랠리카(경주용차)로 1년에 4개 대륙을 돌며 13개 대회에서 차량의 성능을 겨루는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대회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BMW M시리즈 개발 총책임자였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해 고성능차 개발의 총괄 지휘를 맡겼다.
고성능차 외에도 현재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개발과 파워트레인(동력전달계) 등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사상 최대 수준의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2018년까지 11조3000억 원을 투입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비롯해 하이브리드(HEV), 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FCV) 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모터, 배터리 등 관련 원천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해 세계 2위 수준의 친환경차 브랜드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스마트차 개발에도 2조 원을 투자해 차량 정보기술(IT) 관련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차량용 반도체 및 자율주행 핵심 부품 등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차 개발 효율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 남양연구소 내 환경차 시험동 신축과 전자연구동 증축을 추진하는 한편, 부품 계열사 내에 디스플레이 공장 및 전자제어연구센터도 새로 선보인다.
R&D를 주도할 우수 인재 채용에도 적극 나서 올해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친환경차 및 스마트차 개발을 담당할 인력 3251명을 포함해 모두 7345명의 R&D 인력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R&D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