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29세에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지 41개월인 김정은이 최측근이라 불렸던 권력 실세들을 무참하게 처형하는 공포통치(統治)를 하고 있다. 북한 내 권력 순위 2위였던 고모부 장성택과 자신의 후계자 등극 때 군의 최고 실세였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처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민군 무력부장 현영철이 숙청의 대상이 됐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후 이렇게 처형된 북한의 고위인사가 70여 명에 이른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두 가지의 상반된 해석이 있다. 하나는,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하기 위해 걸림돌들을 제거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정은의 권력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1인 지배 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충성심이 의심스러운 인사들을 제거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이 아직 진행 중이며 숙청 사태는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정은은 들러리일 수도 있으며, 실제 권력 싸움은 북한 실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 부침에 따라 반대파들이 처형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 내부에 대한 제한된 정보로 인해 두 가지 해석 중 어느 쪽이 맞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몇 가지 사실들을 놓고 볼 때 공고화설(說)보다는 불안정설이 더 타당해 보인다. 물론 공고화설에 따라 작금의 공포정치를 김정은이 저지르고 있다고 해석해 버리는 것이 간단명료해 보인다. 그러나 북한 내 권력 기반이 취약한 채 출발한 ‘어린’ 권력자가 군과 당의 노련한 권력 실세들을 쉽게 숙청할 수 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 더욱이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자기중심의 권력 구조가 확립됐다면 더 많은 권력자를 포용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파이고 스포츠를 좋아하며 집권 초에 북한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가졌었던 점을 고려할 때 그의 포악성으로 공포정치를 설명할 수도 없다.

이에 비해 두 번째 해석은 보다 그럴듯해 보인다. 장성택은 이른바 ‘삼지연 8인방’에 의해 숙청됐고, 리영호가 물러날 때에는 최룡해 측과 교전이 있었다고 하며, 현영철은 처형되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과 함께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했었다. 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지도자가 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장을 40여 개월 동안 5명이나 교체한 것이나, 황병서와 최룡해의 권력 순위가 가끔 뒤바뀌는 현상도 김정은 권력 공고화설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지배집단 내부의 권력투쟁과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으로 이해하면, 우리의 대북(對北)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북한의 급변 사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군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고, 김정은 체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 북한 내부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와의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군과 정보 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둘째, 북한 당국과의 대화나 개혁·개방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권력투쟁은 군을 중심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일단락될 때까지는 북한의 일관성 있는 태도를 기대할 수 없다. 셋째, 북한 당국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는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 북한을 변화시키고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결국 북한 주민들에게서 나온다. 절대다수의 북한 주민이 우리와 통일을 원하지 않는 한 북한 내부의 변화도 통일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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