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큰 여객기인 A380 항공기. 그 규모에 걸맞게 각 항공사마다 특화된 기내 환경으로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1층 후방에 있는 기내 면세품 전시 공간은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A380의 서비스다.

이곳에서 일을 하다 보면 면세품 구경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승무원들과 여행지나 승무원의 업무 등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승객들이 꽤 많다. 긴 비행 시간을 제한된 공간에서 보내야 하는 승객들이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인지상정인 듯 싶다.

최근 로스앤젤레스(LA)행 비행에서 나는 새로 출시된 향수를 중년의 아주머니 손님들에게 시향(試香)한 적이 있었다. 그때 멀찍이 떨어져 어두운 표정으로 벽에 손을 짚고 서 있는 손님 한 분이 보였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 손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식사 후 소화가 안 돼서 소화제를 먹었는데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딸 가족과 함께 탑승했지만 아기를 보고 있는 딸이 걱정할까 봐 내색도 못 하고 좀 넓은 공간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 눈에 봐도 안색이 창백하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나는 우선 가까운 의자에 그 승객을 앉히고 손을 주물러 드리고 따뜻한 물도 권해 보았지만 체증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그때 마침 추천받은 향수가 마음에 든다며 한 승객이 면세품 전시 공간으로 들어왔다. 이 승객은 몸이 불편한 아주머니를 발견하고는 아주머니에게 선뜻 다가가 어깨와 손 등을 주물러 주기 시작했다. 5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체기로 창백했던 얼굴에 조금씩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이 보였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아주머니는 이내 표정이 밝아지면서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깨와 손을 주물러 주던 승객은 본인의 남편이 미국에서 한의사로 일하고 있다며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고생하던 아주머니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호전됐고 나중에 LA로 돌아가면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며 이 승객과 악수를 나눴다.

필자가 권한 향수로 장거리 비행에 기분 좋은 활력을 얻은 승객, 그리고 그 승객이 치유의 손길로 다른 승객의 아픔을 덜어주고 결국 모두 함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귀중한 인연의 고리에 대해 생각했다.

매일 이어지는 비행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A380의 면세품 전시 공간뿐 아니라 객실 어디든 귀중한 인연으로 가득하다. 그 인연은 단순한 서비스로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기도 한다. 그날 정성스러운 시향의 노력이 막힌 체증을 푸는 치유의 인연으로 이어지듯 말이다.

비행기의 객실은 때때로 승객들과 함께 인연의 소중함을 공유하는 배움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유니폼을 입고 승무원으로서 승객들 앞에 서는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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