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 하산 프로젝트’ 등 국제협력엔 사실상 완화… 지난달 비료 지원도 재개5·24 대북제재 조치를 취한 이후 5년이 흐른 지금까지 북한은 어떤 책임 있는 조치도 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정부는 5·24 조치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북 제재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어정쩡한 공존으로 정부가 원칙 없는 모호성 전략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같은 해 5월 24일 정부는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며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불허 △남북교역 중단 △방북 불허 △북한 신규투자 불허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 조치를 내렸다.

◇5·24 야금야금 완화 =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5·24 조치 해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조치나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민간교류 활성화 등을 통해 5·24조치를 사실상 완화하는 방안들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러시아를 통한 북한과의 물류 사업 ‘나진 하산 프로젝트’를 5·24 조치의 예외로 규정하고 석탄시범운송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1년에는 종교나 문화 교류 성격의 방북은 허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결국 무산되긴 했으나 북한 선박 정박 허용안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남북 간 항공기 왕래는 지난 2012∼2013년 전무했지만, 2014년에는 14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개성공단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의 교역액을 기록했다. 지난 4월에는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비료 지원이 이뤄지면서 곧 쌀 지원도 허용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더 이상의 대북 제재는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5·24 조치가 해제되면 금강산 관광 재개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5·24 조치에서 그나마 제재의 효과를 본 것이 금강산관광 제재였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도 어긋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금강산은 북한 지도부에 달러를 바로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금강산 관광 중단은 북한에 자금줄을 끊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금강산관광이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벌크 캐시(대량 현금)의 대북 이전을 금지한 조항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5·24조치도 모호성 전략인가 = 이런 완화 기조는 5·24 조치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떨어뜨려 북한의 사과 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북한에 넘겨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진영(국제관계학) 경희대 교수는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어떤 사과도 없고 개성공단도 발전을 위한 협력 노력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5·24 조치를 계속 완화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면서 “도발 등 북한이 계속 변덕을 부리고 있어 조치를 해제한다고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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