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을 든 서동수가 앞에 앉은 포장마차 주인을 보았다. 30대 후반쯤의 여자로 미인이다. 생머리는 뒤로 묶었고 스웨터에 바지 차림이었지만 날씬한 몸매가 드러났다. 신의주 유흥구에도 한국식 포장마차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곰장어 등 안줏감은 모두 중국에서 수입해온다. 한 모금 소주를 삼킨 서동수가 주인에게 물었다.

“최 사장, 포장마차 한 지 석 달 되었지?”

“석 달 반요. 정확히 석 달 17일요.”

바로 대답한 여자가 서동수 앞에 순대 안주를 놓았다. 포장마차 안에는 손님이 서동수 한 명뿐이다. 오후 9시 반, 유흥구 끝쪽, 호텔이 밀집된 바닷가 거리의 뒷골목에는 포장마차가 100개도 넘는다. 그러나 이곳은 외진 데다 옆까지 막혀서 손님이 적다. 포장마차도 장소를 배정받기 때문이다. 여자가 진열창 건너 편에 앉아 있는 서동수를 바라보며 웃었다.

“하지만 장관님이 술 팔아주시지 않아도 먹고는 살아요.”

“알고 있어.”

입맛을 다신 서동수에게 여자가 물었다.

“오늘까지 제 가게에 몇 번 오신 줄 아세요?”

“네 번인가?”

“다섯 번요.”

“많이 온 셈이야?”

“아뇨, 석 달 반 동안 스무 번 온 손님도 있는데요?”

“장사 잘 하는구나.”

“왜요?”

“스무 번 올 동안 안 줬다는 말로 들린다.”

“뭐를요?”

되물었던 여자가 눈을 흘겼다. 눈이 가늘어지면서 새침한 표정이 되었고 서동수의 식도가 좁혀졌다.

“주고 더 왔을 수도 있잖아요?”

“열여덟 번째 왔을 때 주고? 아니면 열아홉 번째야?”

“주고 나면 안 오나요?”

“내 생각이야. 사람은 다 제 기준으로 생각하니까.”

“장관님한테는 끝까지 안 줘야겠네.”

“가능하면 그래야 돼.”

“시원한 조개탕 드려요?”

“봐, 벌써부터 준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나아, 참.”

다시 눈을 흘긴 여자가 몸을 돌리더니 조개탕을 그릇에 담는다. 여자 이름은 최정현, 37세. 9세, 7세된 두 남매의 어머니다. 남매는 신의주 국제초등학교 3학년, 1학년에 재학 중인데 지금쯤 동쪽 주택단지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있을 것이다. 최정현은 6년 전에 이혼한 후에 한국에서 피아노 레슨, 음악학원 교사 등을 하며 살다가 다 정리하고 신의주에 온 지 석 달 17일이다. 우연히 두 달쯤 전에 포장마차에 들렀던 서동수가 오늘까지 다섯 번째 온 셈이다. 앞에 놓인 조개탕을 한 수저 삼킨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과연 맛이 좋구나.”

“왜 저한테 자주 오세요?”

손님이 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인지 오늘은 최정현이 말을 걸었다.

“그야 당연하지. 꽃에 벌이 꼬이는 이치나 같아.”

“속으신 거죠. 전 조화거든요.”

“그러면 안 돼. 우리 둘뿐만 아니라 아이들 생각해서라도.”

그 순간 최정현이 숨을 들이켰다. 제 가족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정현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혼을 한 이유까지 알고 있다면 더 놀랄 것이다. 최정현의 남편이었던 양준기는 실업자 생활 5년 만에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다. 선량하고 성실한 남자였지만 무능력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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