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들 무덤 앞에서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들 무덤 앞에서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에어프랑스에 화학무기 실어”
아메리칸항공 등에도 전화
허위 판명… 동일인물 추정


25일 메모리얼 데이(한국의 현충일)를 맞은 미국이 ‘뉴욕 화학무기 여객기 폭파 위협’으로 한때 초비상 상태에 빠졌다. 위협은 허위로 판명됐지만 9·11테러의 악몽을 기억하는 미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F-15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켜 테러에 대비한 작전태세에 들어갔었다.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은 여객기 4대를 겨냥한 테러 협박전화가 연달아 걸려왔다고 밝혔다. 첫 번째 전화는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국제공항을 떠나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으로 가던 에어프랑스의 AF22편이 대상이었다. FBI에 따르면 협박범은 “AF22편 여객기에 화학무기가 실려 있다”고 위협했다. 긴급 상황으로 들어간 FBI는 NORAD에 통보했고, F-15 전투기 두 대가 발진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협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승무원들은 내부를 수색했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테러 납치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NORAD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F-15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여객기의 JFK 공항 착륙 때까지 호위를 명령했다.

JFK 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사우디아라비아항공 여객기를 대상으로도 익명의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아메리칸항공은 영국 버밍엄을 떠나 비행하던 도중 협박전화가 걸려왔지만 신빙성이 없다는 FBI의 판단에 따라 예정된 터미널에 착륙했다. 이날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공항에서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출발했던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가 착륙 후 테러 협박을 받았다. 공항 외곽에서 실시된 수색 결과 폭발물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FBI는 동일한 인물이 여객기 4대를 겨냥해 거짓으로 협박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보고 현재 신원을 파악 중이다. 9·11테러 이후 FBI와 미 중앙정보국(CIA)은 수백만 명이 밀집한 대도시 한복판에서 생화학무기와 핵폭탄 등 대량파괴무기(WMD)가 터지는 상황을 ‘최악의 테러 시나리오’로 여기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이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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