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전, ‘유럽천수고전조각’, 2014, 상하이 용미술관 1주년 특별전.
쉬전, ‘유럽천수고전조각’, 2014, 상하이 용미술관 1주년 특별전.
백색의 대리석 조각들이 천수관음처럼 서 있다. 그리스 로마 조각부터 뉴욕의 자유여신상까지 있다. 잘 보니 조각상의 복제품이다. 줄을 세워놓고 합쳐서 보니 각양각색의 손동작이 보인다. 천수관음은 원래 불교에서 중생에게 자비를 베풀기 위해 수많은 손과 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40여 개의 손과 눈이다. 유럽과 아시아문화의 하이브리드가 보여주는 기묘한 긴장감도 있고, 기묘한 아름다움도 있다.

누가 이런 특이한 조각을 만들었을까? 바로 상하이(上海)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쉬전(徐震)이다. 그는 중국이 직면한 유럽·미국문화 결합 양상의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Made in Company를 설립하고, 미국에서 보여준 팝아트를 상하이스타일로 재편하고 있다. 쉬전은 비행기 공포증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 상하이에만 체류하지만, 작품은 전 세계로 초청된다. 지금의 중국이 보여주는 힘이 그러한가. 곧 그의 작품을 세계 곳곳에서 만날 것을 직감한다.

선승혜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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