勢결집 - 갈등 확산 ‘양날의 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지난 23일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추모사를 통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반성도 안 했다”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지난 23일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추모사를 통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반성도 안 했다”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적극적인 수습 안나서
야권내 주도권잡기 전술 의심
親盧간 노선 균열될 가능성도

非盧 “결국 열매는 親盧가” 비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의 노건호 씨의 작심발언과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배타적 행태가 흔들리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위한 친노 핵심세력의 친위쿠데타인지 혹은 정치적 노선을 둘러싼 친노세력의 분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재)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측이 지난 1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보낸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요청 공문.
(재)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측이 지난 1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보낸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요청 공문.
문 대표는 일단 ‘노건호 작심발언’의 내용을 사전에 몰랐다고 밝혔다. 친노세력이 사전에 협의한 각본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노건호 작심발언’을 포함, 친노의 추도식 행태에 대해 거의 일방적인 비판 여론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습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비노(비노무현)세력을 포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거나 최소한 암묵적 공감대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친노의 대표적인 정치 행태로 꼽히는 ‘갈라치기’와 ‘강력한 결집’을 통해 비노 세력 등에게 집중 공세를 받고 있는 문 대표의 당 장악력을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이와 관련, “이해찬 총리가 추도식에서 ‘이제까지는 추모의 행사였다면 이제는 역사를 발전시키는 모임으로 나가려 한다’고 말했는데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설명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친노 특유의 배타적 단결성을 통해 야당 혁신을 시작으로 총선·대선에 이르기까지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비노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친노의 갈라치기 및 친노결집 전술이 3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김한길 전 대표나 천정배 의원 등에게 ‘배신자’ 등의 낙인을 찍어 친노의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문 대표 비판 세력을 고립·위축시킨다. 둘째는 친노·비노 간 극단적 대립구도를 형성함으로써 친노세력의 강력한 결집을 이룬다. 셋째는 친노의 강력한 결집력을 보여줌으로써 경계선에 있는 세력들을 흡수한다.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듯 친노 대표인사인 명계남 씨는 추도식 직후 트위터를 통해 “야당 정치인들, 노건호 씨에게서 한 수 배웠나? 새누리에 질질 끌려다니고 자기 살겠다고 동료까지 죽이려 혈안인 당신들”이라며 문 대표 비판세력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친노 내부의 교감 여부가 아니라 정치적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 의원은 “계획했느냐, 안 했느냐보다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친노 지지층은 다시 집결을 할 것이고, 결국 정치적 열매는 친노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친노 일각에서는 다양한 정파와 세력을 끌어모아야 겨우 정권교체를 이뤄온 전례를 감안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특별한 정치적 상품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골수 친노의 전술이 문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결국 친노 간에 노선을 둘러싸고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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