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공장·계열사 매물로
차입금 늘리고 주식 매각
환란 이후 첫 희망퇴직도
‘앞이 안 보인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사옥도 팔고, 땅도 판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내 경기 장기침체 위기 속에 기업들이 각종 고육지책을 통해 ‘실탄’ 쥐어짜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보유 중인 유형 자산을 매각하고 단기 차입금을 늘리는 한편, 주식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벌이며 보릿고개를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물겨운 기업 생존의 현장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상장사들이 낸 유형자산처분결정 공시 건수는 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건 대비 2.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다수 상장사는 유형 자산 처분 목적을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차입금증가결정 공시도 올 들어 5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건에 비해 26.08% 늘어났다.
공시에 나타난 사례들을 보면 대성산업은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백화점을 부동산투자회사에 2650억 원에 매각했으며 그랜드백화점(760억 원)과 삼일(632억 원), 도화엔지니어링(557억 원), 삼원테크(490억 원) 등의 상장사도 부동산을 매물로 내놨다. 한진중공업도 두 차례에 걸쳐 인천 서구 석남동 토지를 팔아 289억 원을 마련했다.
동국제강은 철강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장세주 회장이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경영 상태가 악화되자 40년간 보유해온 서울 중구 수하동 본사 사옥 페럼타워를 매각했다. 동국제강은 보유 중인 포스코강판 지분도 매각했다.
유형 자산 처분을 공시한 기업 외에도 유수의 대기업들이 유형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7년 만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에너지가 소유해 운영해 온 포항물류센터를 최근 매각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도 유휴부지 매각공고를 내고 입찰에 참여한 예비후보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특별 희망퇴직도 시행 중이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되는 명예퇴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다.
최근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포스코 역시 비핵심 자산 매각과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4월 포항 롯데마트 건물과 부지를 18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롯데쇼핑과 체결했으며 인근 주택단지 내 유휴 부지와 아파트 철거지 부지 등도 200억 원에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유형 자산을 유동화하면 자금 사정이 풀리거나 새로운 투자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극단적인 상황에 부닥친 기업이 자산 처분만으로 재무 개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정환·박선호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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