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위민 크로스 DMZ(Women Cross DMZ·WCD)’집행위원 등 국제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24일 국제여성평화걷기 일환으로 개성을 거쳐 경의선 육로를 통해 비무장지대(DMZ)를 걸어서 종단했다. 15개국에서 온 국제여성 평화 지도자 30여 명은 24일 낮 12시쯤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국사무소 입경장을 통해 입국,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방문 및 평화걷기 DMZ종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세계적인 여성인권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WCD명예공동위원장은 “역사적인 남북한 종단행사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우리는 민간 외교를 통해서 여성과 여성의 만남 및 화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며 평화로운 여성을 성취한 부분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남북한 여성들이 함께하며 서로가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인간애를 갖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평화를 위한 새로운 시작임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서로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었고 15개국 여성들이 직접 방문해 남북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인간적인 연결점’을 만들었다라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라이베리아 출신의 리마 보위는 “처음에는 평양으로 가는 편도 티켓만 구하는 등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평화걷기를 시작했지만 우리는 아무도 상상하기 어려운 DMZ를 건너는 일을 성취했다”며 “걷기 시작했을 때 3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민간과 민간의 외교를 통해서 새로운 화해를 만들고 남한과 북한당국이 회동하게 만드는 것, 개성통과 시 남북한 정부가 함께 동의해 DMZ를 걸어서 종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 출신의 메어리드 코리건 매과이어는 “북한에서 보내면서 겪었던 일 중 가장 슬픈 것은 이산가족의 모습으로 많은 남북한 형제자매들이 끝나지 않은 긴 냉전체제에서 서로 만날 수 없다는 점이며 우리가 북한 사람 만나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또한 마찬가지로 인류애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역사는 대화와 용서, 화해를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남북관계개선 및 평화가 가능한 것이고 남북한이 형제자매로서 서로 공통된 인간성에 초점을 맞춰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색동 스카프차림을 한 이들은 안김정애(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대표) 위원 등 국내 여성운동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들은 이어 통일대교 남단까지 버스로 이동한 후 DMZ평화누리길(철책선)을 따라 남북한 여성들이 만든 조각보를 들고 평화누리공원까지 도보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오후 1시쯤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열린 ‘평화누리길 걷기대회’ 및 ‘WCD환영식’에 참가, 평화선언문을 낭독했다.
 
스타이넘 위원장은 정현경 집행위원 축사에 대한 답사에서 “DMZ 걷기는 정말 진지하고 의미깊은 일로 이렇게 인간적인 교류로 정부가 아닌 시민과 시민의 교류를 할 수 있게 해준 행사에 너무 감동적”이라며 “오랜 기간 분단돼 있으면 서로 두려워할 수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야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노력하게 될 때 웃음(마음의 절정)과 자유는 찾아온다”고 말했다. 리마 보위는 환영식에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이산가족 상봉돕기 △한반도 군사긴장완화 △여성과 소녀에 대한 전시폭력 금지 △위안부여성을 위한 정의 정립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평화선언문을 낭독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지난 21일 평양에서 북한의 여성과 여성평화회의를 개최했고 개성으로 가는 길 통일기념탑 앞에서 북한여성들과 함께 걷기행사를 했다.

파주=오명근 기자 om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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