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는 ‘선수 등번호’… ‘61’ 박찬호, 16번 못받자 거꾸로야구, 한 팀에 7 07 존재… 1번 대신 11번 받자 1×1 달아

축구, 1= 골키퍼, 2~5 = 수비… 메시 번호 10= 에이스
축구는 거의 포지션 따라 정해져… 6∼8 = 미드필더, 9∼11 = 공격수

농구 심판 손가락 표시 혼동 우려… 1∼3번 금지했다 작년부터 허용


한국의 야구 팬에게 ‘61’이란 숫자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무대를 호령했던 박찬호와 연결된다. ‘99’를 들으면 류현진(LA 다저스)이 떠오르고, ‘36’이라면 이승엽(삼성)이 생각날 것이다. 농구 팬이 ‘23’이란 번호를 보면 미국프로농구(NBA)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등번호는 운동선수에게 또 하나의 이름과 같다.

◇야구의 등번호=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프로야구 선수의 등번호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이에 따라 KBO 리그(1군)에도 독특한 등번호들이 있고, 퓨처스리그(2군)에는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단 선수도 많다. 김경기 SK 수석코치는 현역 시절부터 줄곧 00번을 달고 있다. 지난해 한화 강경학은 07번이었는데, 시즌 도중 KBO 리그에 올라와 7번 송광민과 함께 뛰게 되자 심판들이 헷갈릴까 봐 14번으로 바꿨다. 그런데 올해는 주현상이 07번을 달고 뛰고 있다. ‘다행히’ 송광민이 재활 중이라 7번과 07번이 함께 그라운드에 서지는 않는다.

안지만(삼성)은 1번을 가장 좋아하지만 등번호는 28번이다. 선배 투수 윤성환이 선점했기 때문. 안지만은 2012년 아쉬운 대로 11번으로 바꾼 적이 있다. 1과 1 사이에 ‘×(곱하기)’를 적어 넣어 ‘사실상 1번’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28번이 더 어울린다”는 말을 워낙 많이 해서 결국 시즌 중에 28번으로 복귀했다. 안지만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기어이 1번을 달고 한을 풀었다.

등번호를 고르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김경기 수석코치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미로 00번을 달았다. 굳이 0을 두 개나 쓴 것은 프로야구에 공필성(현 선린인터넷고 코치)이라는 0번 선수가 있었기 때문. 공 코치는 성씨가 ‘공’이라 0번이었다. 박찬호의 분신과도 같은 61번은 처음 원했던 번호가 아니다. 공주고 시절 번호인 16번을 원했지만, 다저스 투수코치 론 페로나스키의 등번호였기 때문에 16을 뒤집어 61번을 택했다. 류현진도 한화에 지명됐을 때는 15번을 받았다. 그런데 하필 류현진의 데뷔 시즌인 2006년 대선배 구대성(시드니 블루삭스)이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를 거쳐 국내로 복귀했다. 구대성에게 등번호를 돌려준 류현진은 “이왕이면 꽉 찬 느낌이 드는 번호로 하겠다”며 99번을 새로 골랐다. 반면 이승엽은 1995년 삼성 입단 당시 그냥 남아 있던 숫자를 골라 자기 힘으로 인기 번호로 만들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2007년 SK 사령탑을 맡았을 때부터 38번을 달고 있다. 화투에서 ‘38광땡’이 좋은 숫자이기도 하고 팬들이 기억하기도 쉽기 때문. 고양 원더스 감독 시절에도 38번을 유지했다. 올해 김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으면서 투수 안영명은 38번에서 45번으로 바꿔야 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두산 감독 시절부터 74번을 단다. 행운의 숫자 7과 ‘불길한’ 4를 섞어, 인생과 야구에는 길과 흉이 공존한다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담았다. LG 감독 시절 91번(자신의 프로야구 데뷔 연도)을 달던 김기태 감독은 올해 KIA 지휘봉을 잡으며 77번으로 바꿨다. 7을 두 개 붙여 “두 배의 행운을 받고 싶다”는 뜻에서였다. 김용희 SK 감독이 88번을 택한 이유는 “팔팔하다”는 어감 때문이다.

◇축구와 농구의 등번호= 축구의 등번호는 거의 포지션에 따라 정해진다. 성인 국가대표팀 간의 대결인 A매치의 경우 1∼23번을 의무적으로 채우게 돼 있다. 특히 1번은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팀의 골키퍼만이 달 수 있는 번호여서 주전 골키퍼가 대부분 1번을 단다. 수비수들은 2∼5번을 달고 뛰는데 일반적으로 오른쪽과 왼쪽 측면 수비수가 각각 2번과 3번을, 중앙 수비수가 4·5번을 단다.

6∼8번은 미드필더, 9∼11번은 공격수의 번호. 미드필더 중에서도 수비 역할에 치중하는 선수는 6번, 공격 가담이 많고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7번을 단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과거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 한국의 박지성 등이 7번을 달고 활약했다. 10번은 ‘에이스’ 번호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를 비롯해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독일의 로타어 마테우스 등 최고 스타들의 등번호가 10번이었다. 현재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네이마르(브라질)도 10번을 달고 있다. 올 시즌 국내로 복귀한 박주영(FC 서울)은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에벨톤이 10번을 달고 있어 91번을 받았다. 최용수 감독이 “9+1=10”이라며 추천해준 번호다.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규칙에 따르면 농구선수의 등번호는 0번, 00번, 그리고 1∼99번이다. 야구처럼 07번이 나올 수는 없는 셈. 그나마 2014년부터 규정이 바뀌어 등번호 제한이 완화된 것이다. 이전에는 올림픽,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는 4∼15번만 허용됐다. 1∼3번은 심판이 손가락으로 득점을 표시하는 것과 혼동될 수 있어 금지했다. 등록선수가 12명이라 4번부터 시작하면 15번에서 끝났다. 그러나 2014년부터 심판 수신호를 변경해 2번 등도 가능해졌다. 오른 손가락 2개를 펴면 등번호 2번 선수를 지칭한다. 2득점은 손가락 2개를 편 채로 오른손을 들었다가 손목을 아래로 굽힌다.

농구의 경우 축구처럼 에이스 번호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농구 대통령’ 허재 전 KCC 감독은 현역 시절 9번을, ‘슛쟁이’ 이충희 전 동부 감독은 6번을 달았다. 6번은 이 전 감독이 좋아했던 1970∼1980년대 NBA 슈퍼스타 줄리어스 어빙의 등번호였다. 다만 국내 프로농구에서 고 김현준과 문경은 SK 감독, 우지원 SBS스포츠 해설위원, 조성민(kt) 등 등번호 10번 슈터들이 많기는 했다.

김성훈·박준우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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