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인전 ‘빛의 정원에서’를 마무리하는 전준엽(62) 작가는 빛에 대해 남다른 집착을 가졌다. 그는 1991년부터 24년간 오직 ‘빛의 정원에서’라는 한 가지 주제로 30여 차례 전시를 열었다. 그가 말하는 빛은 물리적인 광선이 아니다. 빛은 끝내 이겨내 맞는 미래의 희망이자 한국적 미감 그 자체다. 그의 작품속에서 추운 겨울을 견디고 꽃을 피워내는 매화, 바위 틈에 뿌리내린 강인한 생명력의 소나무 등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서울 성북동 갤러리 호감에서 연 이번 전시에는 30여 점의 신작이 나왔다. 어김없이 주인공은 매화와 소나무다. 하지만 이들 소재가 기존에 한국 산수화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쓰였다면, 이번엔 거대 우주와 맞닿는다. ‘우주 시리즈’는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별들을 배경으로 매화와 소나무 등을 배치했다. 한국적인 소재가 허블 망원경 등 과학의 도구를 이용해야 볼 수 있는 우주의 모습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느낌과 함께 묘한 생동감을 만들어낸다. 전 작가는 “우주 만물이 한 몸, 한 생명이라는 불교 인드라망의 정신에서 착안했다”면서 “인간과 지구의 대자연, 우주의 별들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작업은 서양 유화 기법으로 동양적 사유와 철학을 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해외에선 국내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미국 뉴욕·마이애미, 독일 뮌헨, 일본 도쿄(東京), 홍콩 등지의 갤러리에서 초청을 받아 개인전을 열었고, 미국·유럽·아시아 지역 아트페어의 출품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그는 “외국인들 눈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갖는 듯하다”며 “한국적인 미감이 살아있는 그림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그림이란 게 내 지론”이라고 했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전 작가는 2004년 전업 작가로 나서기 전까지 10여 년간 문학예술지와 일간지 기자, 미술관 학예실장 등으로 일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익숙한 화가의 낯선 그림 읽기’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미술의 생각 인문의 마음’ 등 일반인을 위한 미술책도 여러 권 썼다. 전시 문의는 02-762-3322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