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권총

사격은 1896 아테네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었던 유서 깊은 스포츠다. 올림픽에서 치러지는 세부 종목은 남녀 합해 15가지에 이른다. 크게 권총 사격, 소총 사격, 산탄총 사격으로 나뉘지만 같은 권총 경기라도 세부 종목에 따라 사용하는 총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6·kt)의 주종목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경기에 쓰이는 화약권총은 생김새부터 총알 크기, 작동 원리까지 모두 다르다. 공기권총은 지름 4.5㎜의 실탄을 공기의 압력으로 발사한다. 총열 밑에 달린 ‘에어 실린더’에는 실탄을 발사할 압축공기가 들어 있다. 특히 에어 실린더 앞쪽에는 공기충전 압력을 확인할 수 있는 압력계가 부착돼 있다. 공기 압력은 200바(bar)를 초과할 수 없게 정해져 있다. 200바는 약 197.4기압이다. 50m용 권총은 장약 폭발로 발생하는 추진력으로 지름 5.6㎜ 총알을 발사한다. 화약권총이다.

공기권총 탄환은 탄두가 납작하고 뒤쪽이 움푹 파여 있지만, 화약권총 탄환은 탄두가 둥글다. 실탄 무게도 공기권총은 0.53g이지만, 화약권총은 2.6g으로 훨씬 무겁다. 공기권총은 압축공기의 힘으로 총알을 날려야 하기에 가벼운 총알을 쓴다. 탄환의 속도 역시 차이가 크다. 공기권총 총알 비행속도는 150∼155㎧인 반면, 화약권총은 245∼295㎧에 달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공기권총 경기는 사격 거리가 10m로 짧고, 실내 사격장에서 치러진다. 화약권총에 비해 총알이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본선 594점·결선 206점)과 50m 권총(본선 583점·결선 200.7점) 등 2개 종목에서 4개의 국제사격연맹(ISSF) 공인 세계기록을 독차지하고 있다. 본선 만점은 600점, 결선 만점은 218점이다. 총기 성능에 따라 점수가 크게 달라질 일은 없다고 한다. 국제무대에 나서는 명사수들이 쓰는 권총은 세계적인 총기업체에서 만든 명품들이기 때문. 다만 조준과 격발 때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손잡이는 선수의 손 크기와 형태에 맞춰 조정한다.

진종오의 50m 화약권총은 스위스 모리니에서 만든 CM84E 모델. 특히 총기 표면에 진종오의 세계기록 점수를 나타내는 ‘WR583’이 새겨져 있다. 10m 공기권총은 오스트리아 스테이어의 LP10E를 썼는데, 지난 4월 창원 ISSF 사격월드컵을 앞두고 모리니의 CM162EI로 바꿨다. 해당 모델 공기권총은 200만 원, 화약권총은 250만 원이다. 그러나 진종오의 권총은 업체에서 특별 제작해 선물한 세계에서 하나뿐인 총이라 값을 매길 수 없다. 그 밖에 유명한 총기업체는 이탈리아 파르디니, 독일 발터, 스위스 햄멀리 등이 있다. 여자 권총 스타 김장미(23·우리은행)는 공기권총의 경우 진종오와 같은 모델을, 화약권총은 파르디니 ‘SP 뉴’(약 200만 원)를 쓰고 있다. 경기용 총기를 만드는 국내 업체는 없다.

한편 경기용 장비라고 해도 권총이 무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선수 개인이나 소속팀에서 총기를 구입하고,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라 화약권총은 주소지 관할 지방경찰청, 공기권총은 관할 경찰서에 등록해 총포소지허가를 받아야 한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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